성추행
너무나 다른 학교 현장의 징계 잣대
교사들 “실업계 고등학교인 탓” 입모아
교사들 “실업계 고등학교인 탓” 입모아
최근 서울의 한 실업계 여자고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가 2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학교의 교사들까지도 부당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주장하지만, 학교 당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한 교사는 사교육과 대입 열풍의 나라에서 ‘대학 캠퍼스’가 아닌 ‘일터’를 선택한 실업고 여고생들의 현실에 가슴아파했다.
비슷한 시기 한 고교에서는 ‘0교시 강제보충수업’·두발규제 폐지, 체벌 금지 등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한 남학생이 제적 다음가는 중징계인 ‘특별교육 이수’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 한 인권운동가는, 예배를 강요하는 학교 당국에 맞서 시위를 벌인 한 고교생의 요구가 결국 받아들여지고 그 학생이 ‘서울대 법대’에 명예롭게 입학한 일이 언제였냐며 “기가 찬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못자리여야 할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빗나간 징계 2건이 그 소식을 접하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교육의 원칙은 무엇인가, 또 교사와 학생을 향한 징계의 기준은 또 무엇인가?
징계 결과를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 두 사건의 처리 과정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안에 숨어있는 ‘보수성’과 ‘폐쇄성’을 드러내는 듯하다.
#1. 여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의 경우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던 서울 ㅇ고교의 ㅇ아무개(46) 교사(?<한겨레> 6월27일치)가 징계위를 통해 정직 2개월을 받은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실업계인 ㅇ고는 사립학교라서 재단 이사회의 징계위가 교육부가 마련한 교사 징계양정 기준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낮다 높다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결정내용이다. 교육부도 ‘비위(법에 어긋난 일)의 정도가 무거운지, 가벼운지’ 등의 주관적 판단을 징계양정기준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달이 넘게 사태조차 모르고 있던 학교가 해당 교사를 성희롱심의위에 회부하기까지 결정적 구실을 했던 몇몇 교사들은 애초 문제를 제기할 당시 이 교사의 파면까지 요구했던 터였다. 징계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일부 교사와 학생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는 크지 않다. 교사들은 “이곳이 실업계 고등학교인 탓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다른 인문계 학교라면 경찰 고발이든 뭐든 학부모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을 일”이라며 “학생과 부모들이 ‘실업계’라는 강제된 자기 비하를 내면화해 인격적 모욕을 당해도 그저 견뎌내려는 데 익숙하다”고 가슴아파했다. 게다가 이 사실이 더 공론화되면 당장 다음해 입학 정원 채우는 일조차 버거울지 모른다는 현실도 쉽게 넘어서기 힘들다.
어쨌건 최근 사회를 쥐락펴락했던 학내 문제들과는 사뭇 다르게 갈무리가 되는 양상이다. 이를테면 군산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1학년 아이를 때린 이유로 의원면직 처리됐다. 누구도 모르고 지나가고 말았을 일을 고발한 겨우 1분짜리 동영상의 힘이었다.
학교 급식 비리를 담장 밖으로 고발한 동일여고 교사 3명도 지난달 28일 결국 파면당했다. 학교는 당시 이 문제로 학교 수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게 했다며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물론 이들 사건들에서 교사들의 ‘비위 정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ㅇ고 교사와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비위 정도가 심각했다며 이번 징계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ㅇ고의 ㅇ교사는 지난 4월 전원이 여학생인 3학년 수업시간에 칠판에 한 ‘단어’를 적고 나서, 그 가운데 받침 하나와 글자 하나를 빼고 읽을 것을 한 학생에게 지시했다. 교사의 요구 대로 읽을 경우 ‘여성의 치부’를 비하하는 어구였다.
다행히 당시 그 학생은 재치를 발휘해 “한글을 잘 모른다”며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그 여학생이나 교실에 앉아있던 나머지 30여명의 여학생들이 느꼈을 수치심과 모욕감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의 다른 교사가 한숨을 쉬며 “당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개됐더라도 2개월 정직이었을까요?”라고 묻는 것이 지나치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 징계위에 앞서 열렸던 성희롱심의위는 ㅇ교사가 등굣길 지도 단속 중에는 짧게 달라붙는 상의의 여학생에게 “○○○(가슴의 비속어)를 자랑하려고 하느냐”며 지휘봉으로 몸을 더듬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학생들은 ㅇ교사가 저지른 더 많은 성폭력 피해 사례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동료 교사들조차 ㅇ교사의 성폭력·체벌 수위나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에 적잖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 징계위는 앞서 ‘칠판 사건’과 등굣길 단속 등 두 개의 사안만 다뤘을 뿐이다. 성희롱심의위에 회부된 내용 말고 다른 의혹은 부인하는 ㅇ교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교사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문제가 잘 해결되면 새 교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두 아들의 장래에 누가 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수업 분위기를 돋우려고 했던 것이 오해를 샀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내 불찰이지만, 이 정도로 심각해질 일인지 몰랐고 학교 쪽의 조처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ㅇ교사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했더라면 그런 문제의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같다. 특히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의 직업 일선으로 나가게 된다.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인문계 고교에서보다 실업계 고교에서 더 자기 존중과 그에 바탕한 사회 의식을 키워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 학생들이 학교보다 더 살벌한 정글인 사회에 진출해 그런 종류의 일을 겪었을 때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2.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한 학생의 경우
서울 동성고가 강제적 0교시 보충수업과 두발제한 폐지, 체벌 금지 등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인 오병헌(18)군에게 5일 ‘특별교육 이수’ 징계를 내리자, 청소년 단체와 인권 단체들이 징계 이유와 절차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별교육 이수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외부기관에 일정 기간 위탁해 교육을 맡기는 것으로, 퇴학 다음 가는 중징계다.
오군과 오군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청소년네트워크)는 학교의 이런 결정이 “보복성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군 본인에게 징계위원회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변호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데다, 학교 쪽에서 들고 있는 징계 사유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동성고는 지난달 29일 오군의 부모에게 보낸 징계위원회 통보서에서 △두발규정 불이행 △이에 따른 징계 거부 △교사의 정당한 지도 불응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허락받지 않은 내용 유포 △학생 선동과 질서 문란 등을 징계사유로 언급했다. 그러나 오군은 “학생 참여를 호소하려 돌린 전단지·서명지를 문제삼아 허위사실 유포·학생선동을 거론하는 것은 학교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군을 돕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학교의 주장은 허락받은 때 허락받은 이야기만 하라는 것으로,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징계 결정을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두발규제는 인권위가 인권침해라며 지난해 개선을 권고한 사항이므로 교칙 자체가 문제이며 학교는 이를 변경해야 한다”며 “이런 징계를 내린 것은 타당하지 않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징계를 하려면 당연히 이 학생에게 변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청소년네트워크는 ‘오병헌학생 징계철회를 위한 긴급대책위원회(가칭)’를 꾸려 6일께 서울시교육청을 항의방문하고 이번 징계 철회와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오군은 징계 결정에 대해 학교에 이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겨레> 조혜정 임인택 기자 zesty@hani.co.kr
7월4일, 오병헌 군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인권단체들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다행히 당시 그 학생은 재치를 발휘해 “한글을 잘 모른다”며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그 여학생이나 교실에 앉아있던 나머지 30여명의 여학생들이 느꼈을 수치심과 모욕감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의 다른 교사가 한숨을 쉬며 “당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개됐더라도 2개월 정직이었을까요?”라고 묻는 것이 지나치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 징계위에 앞서 열렸던 성희롱심의위는 ㅇ교사가 등굣길 지도 단속 중에는 짧게 달라붙는 상의의 여학생에게 “○○○(가슴의 비속어)를 자랑하려고 하느냐”며 지휘봉으로 몸을 더듬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학생들은 ㅇ교사가 저지른 더 많은 성폭력 피해 사례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동료 교사들조차 ㅇ교사의 성폭력·체벌 수위나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에 적잖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 징계위는 앞서 ‘칠판 사건’과 등굣길 단속 등 두 개의 사안만 다뤘을 뿐이다. 성희롱심의위에 회부된 내용 말고 다른 의혹은 부인하는 ㅇ교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교사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문제가 잘 해결되면 새 교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두 아들의 장래에 누가 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수업 분위기를 돋우려고 했던 것이 오해를 샀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내 불찰이지만, 이 정도로 심각해질 일인지 몰랐고 학교 쪽의 조처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ㅇ교사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했더라면 그런 문제의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같다. 특히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의 직업 일선으로 나가게 된다.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인문계 고교에서보다 실업계 고교에서 더 자기 존중과 그에 바탕한 사회 의식을 키워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 학생들이 학교보다 더 살벌한 정글인 사회에 진출해 그런 종류의 일을 겪었을 때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2.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한 학생의 경우
오병헌 군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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