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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루종일 “유감, 사퇴”…법조계 ‘대법원장 발언’ 파문

등록 2006-09-21 18:14수정 2006-09-21 18:20

‘유감표명, 사퇴촉구’ 날 세운 전면전
사법개혁 뒷걸음 논란…“국민만 피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방 법원을 순시하면서 검찰과 변호사 직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른바 `법조 3륜'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 수위는 11일 부산고법을 시작으로 점점 강도가 높아졌고,13일에는 광주고법에서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변호사의 역할은 비하하는 듯한 말을 했다.

변협은 21일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부를 책임지고 이끌 자격과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까지 비판하면서 이례적으로 사퇴까지 촉구했다. 외견상 사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린 셈이다.

검찰은 `밀실 수사', `검찰의 수사 기록을 던져라'라는 말이 파장을 일으키자 일선 검찰청에 영장 기각 사례를 대검에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급기야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날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장이 각 법원을 초도 순시할 때 했던 훈시 내용을 문제 삼아 검찰과 변호사 단체가 유감을 표명하고 사퇴를 촉구한 것은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다.

최근 사태는 사법 기관의 다른 한 축인 헌법재판소가 사상 초유의 소장 공석 상태에서 8명의 재판관으로 불완전하게 새 재판부를 꾸린 와중에 터져나와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더울 싸늘해지고 있다.

◇ `불신 팽배' 법조3륜 정면충돌 = 최근 일련의 사태는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의 여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지않다.

사법부는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고 여러 번 소환 조사를 받자 충격에 빠지면서 한편으로는 검찰이 그동안 일선 법원에 대해 갖고 있던 누적된 불만을 악의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가졌다.

법원이 잇따라 압수수색,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사법부와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나온 `가장이 구속되면 가정에 재앙'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검찰에 대한 사법부의 불신은 이 대법원장의 다른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법원장은 광주고법에서 "어떤 판사가 법조 3륜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에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다"고 운을 뗀 뒤 "사법의 중추기관은 법원이고 그 다음에 검찰이나 변호사회 이런 단체들이야 보조기관들이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입법, 행정, 사법. 국가를 움직이는 세 바퀴라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검찰하고 변호사회하고 동렬에 놓을 수 있는 단체냐"며 사법부의 권위와 자부심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법조 3륜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셈이 됐다.

이 대법원장이 언급한 변호사와 판사의 관계도 법조 3륜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변호사에게 돈을 갖다 주는데 소장진술 그것 하는데 쓰라고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대부분 판사실에 가서 판사님 좀 만나서 밥도 좀 먹고, 이야기도 좀 하고, 제발 그래달라고 그래서 돈 주는 것입니다"며 판사들이 재판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들을 독려하고 열린 재판을 하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검찰, 변호사에 대한 `비하'로 풀이되면서 대법원을 향한 부메랑이 되고 있다.

◇ 감정戰에 사법개혁 `흔들' = 이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을 순시하면서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고 한 것이나 검찰 수사를 밀실수사로 표현한 것은 법정에서 유ㆍ무죄를 가리고, 소송 당사자에게 최대한 자기 주장을 펼칠 기회를 보장하라는 뜻이다.

공판중심주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한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취임 이후 줄곧 영장심사를 강화하도록 주문한 것도 사법개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대법원장의 직설적인 훈시를 법원 내부에 대한 `경고'로 보면서 사법개혁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사법개혁의 한 축인 검찰과 변호사를 자극함으로써 사법개혁 논의 틀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각하게 커지고 있다.

일선 검찰에서는 공판중심주의 때문에 재판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공판중심주의도 좋고 인권 보장도 좋지만 수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 수사를 못하면 기소도 못 하고, 재판도 못 하는데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법부 수장의 내부를 향한 일갈(一喝)을 놓고 법조계가 소모적인 `감정전'으로 치달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률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누가봐도 심한 표현" vs. "숨은 의미 찾아야" = 이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법조계가 대립하는 양상을 두고 전문가들 반응은 사법 불신만 증폭시킨다는 우려와 발언이 곡해될 수 있으니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엇갈렸다.

동국대 김상겸 교수는 "간담회 형식의 모임이라도 비밀회의가 아닌 이상 대법원장 발언은 공식적인 발언으로 봐야 한다. 누가 봐도 심한 표현을 썼음을 인식할수 있다. 불협화음을 가져오는 행위는 국민주권원리에 반하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영장청구는 검사의 권한이고 심사는 판사의 권한이다. 어느쪽이 우선이 아니라 양자가 함께 사법행위를 구성하고 국민이 행위의 혜택을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호사가 제출하는 서류를 다 속이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국민의 사법 불신만 가져오게 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달갑게 볼 수 없는 표현이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검찰의 수사기록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서류 재판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각색된 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중히 보라는 것이지 변호사들을 협잡꾼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한 취지를 극명하게 강조하려다 다소 거친 표현이 나왔다. 그래도 문맥 속에서 표현을 판단해야지 표현만 문제삼으면 곡해할 위험이 있다"며 "법조3륜은 조화롭게 굴러가야 하면서도 서로 긴장과 경계를 해야하는 입장에 있다. 이런 점을 암시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광철 안 희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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