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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조3륜은 ‘따로 국밥’?…대법원장 발언에 갈등 심화

등록 2006-09-21 09:57

곳곳 ‘삐그덕’…사법개혁 뒷걸음 논란 “국민만 피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방 법원을 순시하면서 검찰과 변호사 직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른바 `법조 3륜'의 갈등과 불신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 수위는 13일 광주고법을 방문한 이후 낮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이 대법원장이 19일 대구고법에서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자 검찰은 일선 검찰청에 영장 기각 사례를 대검 중수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검찰은 정상명 검찰총장이 유감 표명을 하는 강수도 두기로 했다.

대한변협도 이 대법원장이 광주고법에서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라는 것은 대개 사람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삼으며 21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성명서를 내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전해졌다.

우리나라 사법사상 대법원장이 각 법원을 초도순시할 때 했던 훈시 내용을 문제 삼아 검찰과 변호사 단체가 유감 표명을 한 전례는 없다.

더욱이 최근 사태는 사법 기관의 다른 한 축인 헌법재판소가 사상 초유의 소장 공석 상태에서 8명의 재판관으로 불완전하게 새 재판부를 꾸린 와중에 터져나와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 서로 인정할 수 없다…불신 팽배 = 최근 일련의 사태는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의 여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고 여러차례 소환 조사를 받자 충격에 빠지면서 한편으로는 검찰이 그동안 일선 법원에 대해 갖고 있던 누적된 불만을 악의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가졌다.

법원이 잇따라 압수수색,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사법부와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가장이 구속되면 가정에 재앙'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검찰에 대한 사법부의 불신은 이 대법원장의 다른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법원장은 광주고법에서 "어떤 판사가 법조 3륜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에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다"고 운을 뗀 뒤 "사법의 중추기관은 법원이고 그 다음에 검찰이나 변호사회 이런 단체들이야 보조기관들이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입법, 행정, 사법. 국가를 움직이는 세 바퀴라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검찰하고 변호사회하고 동렬에 놓을 수 있는 단체냐"며 사법부의 권위와 자부심을 강조했다.

법원이 검찰을 민사소송의 원고처럼 형사소송에서 피고인과 반대 위치에 서 있는 당사자로 이해한 지는 오래됐지만 대법원장의 이런 발언은 법조 3륜이라는 사법 작용의 기존 틀을 깨버린 셈이 됐다.

대전고법에서는 `전국 법원에 다녀보니 검찰청사가 (법원청사보다) 한층, 아니면 다만 몇 센티미터라도 높아 판사들이고 직원들이 속상해 하는데 법원이 재판을 제대로 하면 검찰청 건물 좀 높으면 어떠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검찰에 대해 갖고 있는 일선 법원의 분위기가 날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대법원장이 언급한 변호사와 판사의 관계도 법조 3륜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변호사에게 돈을 갖다 주는데 소장진술 그것 하는데 쓰라고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대부분 판사실에 가서 판사님 좀 만나서 밥도 좀 먹고, 이야기도 좀 하고, 제발 그래달라고 그래서 돈 주는 것입니다"며 판사들이 재판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 당사자의 억울함을 전달해주는 변호사의 역할이 `귀를 닫고 판결문으로만 말하는' 판사들의 태도 때문에 왜곡됐다는 이야기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판사들을 독려하고 열린 재판을 하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변호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돼 부메랑이 되고 있다.

◇ 사법개혁 `흔들' = 이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을 순시하면서 공판중심주의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고 한 것이나 검찰 수사를 밀실수사로 표현한 것은 법정에서 유ㆍ무죄를 가리고, 소송 당사자에게 최대한 자기 주장을 펼칠 기회를 보장하라는 뜻이다.

공판중심주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한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취임 이후 줄곧 영장심사를 강화하도록 주문한 것도 사법개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대법원장의 직설적인 훈시를 법원 내부에 대한 `경고'로 보면서 사법개혁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사법개혁의 한 축인 검찰과 변호사를 자극함으로써 사법개혁 논의 틀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각하게 커지고 있다.

일선 검찰에서는 공판중심주의 때문에 재판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법개혁의 중추인 사법부 수장의 내부를 향한 일갈(一喝)을 놓고 법조계가 소모적인 `감정戰'으로 치달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률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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