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FTA 일부 폭력 빌미 ‘집회 제한’ 초강경 /범국본 “약자 무시…시위 강행” 큰 충돌 예상
정부가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빌미로 집회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초강경 대응방침을 들고 나오면서, ‘참여정부’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불법·폭력 집회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지만, 극심한 반발에 부닥친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사회갈등 요소를 해결할 방안은 담겨 있지 않았다. ‘무관용 원칙’도 나왔다.
특히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시위 억제책으로 노점상 등 폭력 시위 피해자들이 시위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이런 강경대응 방침에 시민사회는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신희철 전국노점상연합회 정책국장은 26일 “우리도 집회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정부가 시위 참여자들과 노점상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는 건 유감스럽다”며 “정부가 시위 참가자들과 시민들 간의 싸움을 되레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300여개 단체가 참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역시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여기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실련의 박병옥 사무총장도 “폭력 시위가 이어지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정당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협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지적에 대한 해결 방안 없이 엄정 대처하겠다는 것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이 더 큰 갈등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농민 등 약자들을 절박한 처지로 내몬 뒤 그들의 기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폭력정치의 선언”이라며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은 군사정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집회에 참가한 170여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낸 데 이어,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오는 29일로 예정된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에 금지 통고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쪽은 일단 27일께 집회신고를 낸 뒤 경찰이 끝까지 금지할 경우 미신고 집회를 강행하기로 해, 대규모 충돌도 예상된다. 범국본 쪽은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어디서 어떻게 열지 논의 중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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