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가운데)이 23일 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박연차 리스트’ 정·관계 일파만파
이종찬씨 동생 “박연차에 차용 뒤 형에게 빌려줘”
참여정부 인물 박정규·장인태 체포…추부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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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63) 변호사가 2003년 변호사 개업 당시 사용한 5억여원의 사무실 보증금은 박연차(64·구속 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돈인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이 전 수석은 또 박 회장이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전화 자문에 응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도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때 박 회장한테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정규(61) 변호사를 체포하는 등 박 회장 로비 파문이 정·관계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전 수석이 박 회장의 돈을 변호사 개업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수석의 동생인 이종진씨는 이날 대검 기자실로 해명서를 보내 “2003년 3월 박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빌렸고, 이 가운데 5억4천만원을 같은 해 4월 형에게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으로 빌려줬다”고 밝혔다. 이종진씨는 “7개월 뒤 형으로부터 전액 돌려받아 지난해 2월 박 회장에게 빌린 돈을 모두 반환했다”며 “(이 돈거래는) 형의 공직 수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생 이씨가 박 회장에게 돈을 돌려줬다고 한 시점은 이 변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될 즈음이다. 이 금전거래와 관련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의구심이 없도록 하겠다”며 수사할 뜻을 밝혔다.
이 전 수석은 또 지난해 7월 박 회장의 구명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66) 고려대 교우회장 등과 대책회의를 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에 “박 회장과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지만 세무조사 대책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세무조사 문제로 박 회장 쪽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문의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체포한 박정규 전 민정수석을 상대로 2004년 말께 박 회장의 부탁을 받고 직무와 관련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장인태(58)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광재(44)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들이 박 회장 쪽과 접촉해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의원이 정대근(65·수감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한테서도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고, 증거 인멸 부분을 보강해 24일 오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박 회장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추부길(53)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했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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