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체포한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민주당원과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이 ‘정치검찰 개혁’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명숙 전 총리 체포]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과 한 전 총리쪽 반박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과 한 전 총리쪽 반박
검찰 “애초청탁 불발 뒤 남동발전 사장 임용돼”
전 산자부 2차관·담당과장 등 광범위한 조사
“총리공관서 여성 호주머니에 돈 찔러넣었다니…”
한 전총리쪽, 돈수수 사실·정황 등 모두 부인 한명숙(65) 전 국무총리가 18일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되면서, 검찰과 한 전 총리는 명예를 건 벼랑 끝 승부에 들어갔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한테 줬다고 진술한 현금 5만달러를 인사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체포영장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를 적용했다. 뇌물죄는 금품의 대가 관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인데,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을 시켜달라며 건넨 돈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의 희망대로 석탄공사 사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뒤 청탁을 들어주려 어느 정도 힘을 썼고, 이런 노력이 결국은 같은 공기업인 ㈜남동발전 사장 임명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나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시점은 2006년 12월22일께로, 당시엔 곧 임기가 만료되는 석탄공사 사장 자리를 놓고 민간기업과 공기업 사장 출신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이 경쟁의 ‘승자’는 강원도 정선군수 출신인 김원창씨로 이듬해 2월 초 사장에 임명됐고, 곽 전 사장은 그로부터 한달 뒤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게 됐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을 확보한 뒤 이를 뒷받침할 정황과 방증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공사 사장 선임에 관여한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과 담당 과장을 불러 조사했으며, 당시 남동발전 감사와 청와대 인사제도 비서관 등도 불렀다. 당시 산자부 담당 과장은 “산자부에서 사장 면접을 보기 전에 도움이 될 만한 보고서를 곽 전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처음엔 남동발전 사장 로비라고 언론에 흘려놓고는, 곽 전 사장이 돈을 줬다는 시점이 제대로 맞지 않자 다시 그 시기에 공모를 했던 석탄공사 사장 로비로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쪽은 검찰이 체포영장에 ‘곽 전 사장이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의 호주머니에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두 개를 찔러넣었다’고 밝힌 혐의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여성 의류엔 호주머니가 없거나, 있어도 두께가 얇아 두툼한 달러 봉투가 들어갈 수 없다”며 “두 사람이 친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직접 총리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넣어 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총리공관에서 돈을 건넸다는 것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총리실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공관에선 항상 경찰 2명이 총리를 따라다니며 경호를 하고, 방문객을 만나는 곳도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비밀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쪽 공동대책위원회의 양정철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위해 추천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두고도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석진환 이유주현 기자 soulfat@hani.co.kr
전 산자부 2차관·담당과장 등 광범위한 조사
“총리공관서 여성 호주머니에 돈 찔러넣었다니…”
한 전총리쪽, 돈수수 사실·정황 등 모두 부인 한명숙(65) 전 국무총리가 18일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되면서, 검찰과 한 전 총리는 명예를 건 벼랑 끝 승부에 들어갔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한테 줬다고 진술한 현금 5만달러를 인사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체포영장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를 적용했다. 뇌물죄는 금품의 대가 관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인데,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을 시켜달라며 건넨 돈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의 희망대로 석탄공사 사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뒤 청탁을 들어주려 어느 정도 힘을 썼고, 이런 노력이 결국은 같은 공기업인 ㈜남동발전 사장 임명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나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시점은 2006년 12월22일께로, 당시엔 곧 임기가 만료되는 석탄공사 사장 자리를 놓고 민간기업과 공기업 사장 출신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이 경쟁의 ‘승자’는 강원도 정선군수 출신인 김원창씨로 이듬해 2월 초 사장에 임명됐고, 곽 전 사장은 그로부터 한달 뒤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게 됐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을 확보한 뒤 이를 뒷받침할 정황과 방증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공사 사장 선임에 관여한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과 담당 과장을 불러 조사했으며, 당시 남동발전 감사와 청와대 인사제도 비서관 등도 불렀다. 당시 산자부 담당 과장은 “산자부에서 사장 면접을 보기 전에 도움이 될 만한 보고서를 곽 전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처음엔 남동발전 사장 로비라고 언론에 흘려놓고는, 곽 전 사장이 돈을 줬다는 시점이 제대로 맞지 않자 다시 그 시기에 공모를 했던 석탄공사 사장 로비로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쪽은 검찰이 체포영장에 ‘곽 전 사장이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의 호주머니에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두 개를 찔러넣었다’고 밝힌 혐의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여성 의류엔 호주머니가 없거나, 있어도 두께가 얇아 두툼한 달러 봉투가 들어갈 수 없다”며 “두 사람이 친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직접 총리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넣어 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총리공관에서 돈을 건넸다는 것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총리실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공관에선 항상 경찰 2명이 총리를 따라다니며 경호를 하고, 방문객을 만나는 곳도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비밀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쪽 공동대책위원회의 양정철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을 위해 추천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두고도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석진환 이유주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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