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주기] 봉하마을 그후 1년
친환경쌀 품종 늘고, 가공식품 사업도 진출
하천·숲 복원 이어져…올해 17만여명 방문
친환경쌀 품종 늘고, 가공식품 사업도 진출
하천·숲 복원 이어져…올해 17만여명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25일 퇴임과 동시에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정착하면서 농촌 살리기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했고, 고향 마을부터 아름답고 잘 사는 생태마을로 가꾸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당장 그는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짓고, 하천을 청소하는 데 열정을 쏟았고, 이 때문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의 노력으로 봉하마을은 빠르게 변해갔다.
하지만 지난해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많은 사람들은 “봉하마을 가꾸기도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추진하던 많은 일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봉하마을 가꾸기는 끄떡없이 진행되고 있다. ‘바보 노무현’이 떠난 자리에는 그보다 더 바보스런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 쌀 농사는 올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26만4500여㎡ 넓어진 105만7800여㎡로 늘어났다. 생산량도 430여t에서 600여t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목반원(농사짓는 사람)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03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올해는 소비자 요구를 맞춰 찰벼와 흑미, 홍미, 녹미 등 다양한 품종의 벼를 재배하기로 했다. 자주색 벼로 들판에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글자를 새겨 볼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봉하마을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을 이용한 떡국떡과 미강누룽지 등 가공식품도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봉하쌀 막걸리도 시험적으로 제조·판매되고 있으며, 현미 쌀국수도 개발중이다.
봉하마을 인근을 흐르는 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 화포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은 이곳을 지나가는 경전선 복선·전철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조만간 생태공원 형태를 갖추게 된다. 봉화산 마을숲에서도 이미 간벌을 마치고 새로운 종의 나무를 심었으며, 산책로도 정비하고 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는 최근 봉하산과 화포천 일대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다니던 산책로를 정비해 ‘대통령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봄 봉하마을 안 다섯 곳에 직접 심었던 장군차나무는 어느새 자라 올해 처음으로 찻잎을 땄다. 지난 1일에는 이 날 딴 찻잎으로 우려낸 차를 노 대통령 영전에 올리는 ‘제1회 봉화산 다신제’도 열렸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의 김정호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슬픔과 회한을 삼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분이 생전에 꿈꿨던 잘 사는 생태마을, 친환경 생태농업, 화포천·봉화산 숲 가꾸기 등을 잇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생태 농업·마을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전국의 귀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봉하마을에는 새로운 시설도 많이 들어섰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9월22일 복원한 노 전 대통령 생가다. 본채(37.26㎡)와 아래채(14.58㎡)를 갖춘 초가로, 장독대와 포도밭, 대나무 문까지 노 전 대통령의 기억에 따라 복원했다. ‘단지 둘러보고만 가는 박제품이 아니라 생활이 가능하고 손님이 오면 차 한잔이라도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본채 방 안에 수세식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설치했다.
생가 옆에는 아름다운 봉하 가게가 들어서, 방문객들에게 기념품과 노 전 대통령 회고록 등을 팔고 있다. 지난해 10월31일에는 봉하마을 앞 들판에 시간당 1.5t의 도정 능력을 갖춘 미곡종합처리장(RPC)인 친환경쌀 방앗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 16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도 개관했다.
허만록 김해시 관광과장은 “봉하마을은 지난해 126만8679명,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7만5256명의 관광객이 찾은 김해 최대 관광지가 됐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봉하마을 방문객이 전혀 줄지 않았으며, 봉하마을 덕택에 김해를 찾는 관광객 수가 예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가운데 세모꼴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며, 왼쪽 위 가설 건물이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오른쪽 위 건물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다. 김해/연합뉴스
노무현 서거 1주기 추모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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