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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계 유일 ‘수사·기소권 독점’…권력 나눠야 전횡 막는다

등록 2012-12-11 08:09수정 2012-12-11 16:09

검찰, 바꿔야 산다 ④
영장청구권도 한손에 거머쥐어
자의적 판단에 제식구 감싸기도
‘검찰총장 친위대’ 중수부 없애고
변호사가 공소유지 맡도록 해야
상설특검제·공수처 등 대안 논의
한국 검찰은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권도 갖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이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한다.
프랑스는 검사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가 직접 형사소추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1차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사후적인 2차 수사만 담당한다.

막강한 권한은 부정부패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이처럼 유례없이 집중된 권한을 쪼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수사지휘권+직접수사권’의 폐해 우리나라는 형사사건의 97%를 경찰이 수사하지만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가지고 있다. 또 검찰은 언제든지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중단시킬 수 있고,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이런 구조는 검찰 내부의 비리를 적발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근 김광준(51) 전 서울고검 검사 뇌물수수 사건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단계적으로 줄여 궁극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도록 하자는 게 시민단체나 학계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검찰개혁의 과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검찰개혁안의 첫머리에 제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는 검찰 수사권 축소의 상징과도 같은 과제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인 대검 중수부는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수사 등 정치·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수사를 독점하면서 검찰 직접수사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거악 척결’을 중수부의 존재 이유로 꼽지만, 바깥에서는 검찰총장의 뜻에 따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하는 ‘정치검찰’의 친위대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또한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권 일부를 일선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에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 세무서장 윤아무개(57)씨와 관련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다섯 차례나 반려했는데, 윤씨의 동생이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인 것으로 드러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면서 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되면,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등을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일본식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 기소편의주의 제한해야 수사권과 함께 검찰 권력의 핵심은 독점적 기소권이다. 독점적 기소권으로 인해 검찰은 범죄 혐의가 없는 피의자를 기소할 수도 있고, 범죄 혐의가 명백한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소 여부를 검찰만이 판단할 수 있는 기소독점권(기소 편의주의)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수사’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 등 사건에서 정권의 필요에 따라 기소권을 남용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건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의 ‘코드 맞추기’에 따른 무리한 기소를 막는 방안으로 기소배심제가 있다. 중죄사건 등을 검사가 기소하기 전에 시민 배심원단에 기소 여부를 묻고 심사를 받는 제도로, 현재 미국 20개 주에서 시행중이다. 다만, 배심원들이 검사의 수사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검사의 의도대로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쉽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검찰도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직후 기소배심제를 본뜬 검찰시민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미국의 기소배심제와 달리 권고적 효력만 있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이 명백한 범죄를 자의적으로 기소하지 않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가 법원이 강제로 기소를 결정하는 재정신청 제도다. 현행법은 모든 고소사건(범죄 피해자가 직접 기소를 요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재정신청이 가능하지만, 고발사건(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를 요구하는 사건)은 공무원의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미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 검찰에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기는 것도 이 제도의 한계다. 죄를 추궁해야 할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재정신청 대상 범죄를 확대하는 한편, 재정신청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를 변호사가 맡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 상설특검이냐, 공수처냐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상설특별검사제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제시했다. 이들 두 기구가 권력형 비리 등 주요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박 후보의 상설특검제에 회의적이다. 상설특검도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실제 수사를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9차례에 걸쳐 시행된 특별검사제도의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도 이런 회의론을 키웠다.

문 후보의 공수처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 또다른 대검 중수부를 만드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를 합의제 형식으로 운영하거나, 공수처장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는 등 독립성 보장 방안이 확보돼야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애진 기자 ji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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