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황법무 교묘한 지휘권 행사…‘구속승인제’ 시대 회귀하나

등록 2013-06-11 19:58수정 2013-06-12 10:02

황교안 법무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끝내 ‘구속영장’ 뭉갠 법무장관

권위주의 산물 2001년 폐지
사전허가제→사후감독제로
황, 의견교환 내세워 수사지휘
장관뜻 수용한 검찰도 신뢰 잃어
구속승인제 : 주요인물 구속수사때 법무장관 승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몽니’로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영장을 끝내 청구하지 못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두고서도 진통을 겪었다. 이를 두고 황 장관이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요 인물 구속수사 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던 ‘구속승인제’ 시대로 되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보인 검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구속승인제’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었다. 이를 규정한 법무부 예규 269호는 2001년 11월 폐지됐다. 이 예규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정당의 대표자 및 대표위원을 구속하려면 사전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 구속 권한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규 폐지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 결정하고 있다. 다만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중요 사건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된다. 법무부 장관은 보고를 받은 뒤,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건을 ‘지휘·감독’한다. 사전허가제에서 사후감독제로 변경된 셈이다. 장관이 별도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검찰은 자율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검찰청은 지난달 27일께 법무부에 선거법을 적용해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보고했다. 법무부는 법리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지시’의 성격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은 “통상적인 의견 교환”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지휘권을 행사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의견 전달이고 어디서부터가 수사지휘인지 어디에도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 연구관 출신 ㄱ변호사는 “의견 교환이 바로 수사지휘”라고 단언했다. 그는 “개별 검사의 인사권을 틀어쥔 법무부 장관이 의견을 내는 게 뭐냐. 따르라는 거 아니냐. 그게 수사지휘다. 이런 식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장관은 정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이에 따른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처럼 구두로 사건 처리에 개입하게 되면, 결정은 장관이 하고 책임은 검찰이 지게 된다. 이번 일은 <한겨레>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황 장관이 사실상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법무부 장관의 ‘사실상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매번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는 어렵다. 이참에 수사지휘권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두’가 아니라 ‘서면’으로만 사건을 지휘하도록 하자는 게 뼈대다.

검찰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도, 공식적으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은 장관에게 막혀 2주일 동안 우왕좌왕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검찰의 신뢰는 떨어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해 말 ‘검란 사태’로 망가진 검찰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취임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검찰은 상처를 입게 됐다. 황 장관의 ‘사실상의 수사지휘’를 일부 수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여수 바다에서 발견된 주검, 범인이…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
찬반 의원수 세지도 않은채…16분만에 “진주의료원 해산”
“북 조평통 국장은 통일부 장관 상대 안된다”
[화보] 중부 유럽 대홍수…아! 다뉴브, 엘베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