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말 잘하는 사람은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되도 않은 말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미팅 자리에서 현란한 개인기와 대포동급 ‘말발’로 무장한 친구보다는 묵묵히 앉아 부드러운 웃음만 짓던 ‘넘’이 퀸카를 차지하게 될 확률이 언제나 높았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보다는 재미있는 남자가 좋아요’라고 살포시 말씀하시던 그네가 결국 그 잘생기고 멋지기만 한 ‘넘’에 확 꽂혀 버리시는 모습도 적잖게 보아온 ‘시추에이션’이다. 하지만 그게 다만 외모와 분위기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잘생기고 묵묵하기만 한 줄 알았던 그 ‘넘’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점이 있었으니, 적재적소 한 방씩 날려주는 카운터펀치 같은 단어와 문장들이었다. 무게감 있는 자태와 수려한 외모. 여기에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내는 한마디야말로 그들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러니 말을 잘하자면, 말수나 대화의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제대로 한 말씀 날려주는 것. 곧 짧고 굵게 말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짧고 굵게 말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역설적이게도 입을 닫는 것이다. 말을 잘하려면 일단 입을 닫고 상대의 말과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다음은 타이밍이다. 야구선수가 공을 끝까지 보는 이유는 딱히 쳐다볼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언제 쳐내야 될지를 가늠하기 위해서 아닌가?
상대의 말과 분위기를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입을 열어야 할 시점에서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마무리다. 마무리는 말과 함께 과감한(?) 행동이 결합해야 한다. 말 많은 사람이 비호감인 이유는 그게 말뿐이기 때문이고 말 잘하는 사람한테 호감이 가는 까닭은 단지 말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나 돈 많다’라고 급호감의 멘트를 날렸다면 마무리는 당연히 비싼 찻값을 내는 과감한 행동! 그게 필요하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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