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국수 VS 돈코츠 라멘. 제주특별자치도청 제공.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고기국수〔명사〕돼지뼈로 우린 육수에 국수를 말아 돼지고기 편육을 얹어 낸 제주도 음식. 돼지 뼈로 국물을 냈다는 점에서 일본의 돈코츠라멘과 비슷하지만 더 담백하다. 세심한 입맛을 가진 여행자들은 제주의 고기국수 맛을 잊지 못한다.
⊙ 유래 → 만화가 허영만은 <식객>에서 순대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순대국밥집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많이 내려왔던 제주시 동문시장에 모여 있다.
그러나 제주 한라대학 호텔조리과 오영주 교수는 이와는 다른 가설을 내놓는다. 오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백 년 전부터 제주에는 돼지고기 육수에 메밀국수를 넣어서 먹던 풍습이 있었다. 당시엔 밀국수가 없었기에 메밀국수가 보편적이었으며, 그나마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일제시대에 밀국수 공장이 생기면서 밀국수가 대중화됐다. 또 1970년대 가정 의례준칙으로 밀 사용이 장려되면서 관혼상제 때 돼지육수에 메밀국수를 넣어 먹던 것이 밀국수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고기국수가 상업화된 것도 20여년에 불과하다”며 “고기국수라는 말 자체가 20여 년 전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고기국수를 제주의 향토음식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오키나와에도 제주 고기국수와 유사한 음식이 있다는 기록이 있어 오 교수의 설명에 신빙성을 더한다.
그러나 장미를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향기는 여전하듯, 고기국수가 향토음식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주 여행자라면 일본 라멘보다 담백하고 묵직한 고기국수를 맛보자. 이미 입소문을 탄 신제주 ‘올래국수’(064-742-7355)와 함께 거리마다 고기국수를 파는 식당이 많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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