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똥도 비아그라 쓸려니 없군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개똥〔명사〕개의 대변을 총칭하는 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개가 똥을 싸는 것은 다른 개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세력권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개는 많은 지역에 냄새자취구역을 만드는데, 오줌·똥을 싸서 표시한다. 개똥은 비유적으로 보잘것없거나 엉터리인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개똥 같은 소리’ ‘개똥 철학’ 같은 식이다.
◎ 관련속담 :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평소 흔하던 것도 막상 쓰려고 구하면 없다는 뜻이다. 100% 비유법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개똥은 약으로 사용됐다. 허준의 〈동의보감〉탕액편을 보면 ‘백구시(白狗屎)는 정창과 누창의 모든 독을 주로 치료한다’고 쓰여 있다. 백구시는 흰 개의 똥을 말하고, 정창과 누창은 고름·부스럼을 가리킨다. ‘모구음경(牡狗陰莖)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오장이 상하여 양기가 극도로 쇠약해져서 음경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데 음경이 힘이 있게 하고 덥게 하며 커지게 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모구’는 수캐이고 ‘음경’은 성기를 가리킨다. 동구 밖을 서성이던 우리네 누렁이·바둑이는 ‘조선시대의 비아그라’였던 셈이다. 이외에 수캐의 고기·피·뇌·간 등도 〈동의보감〉에 약재로 소개된다.
이렇듯 속담에는 뜻밖의 현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독자들께 제보를 부탁한다. 법원의 부당한 판결 등을 비판할 때 흔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실제로 솜방망이로 맞아본 독자는 과연 고통이 없는지 설명 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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