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커도 점수가 두려워.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로버트 파커〔고유명사〕미국의 변호사 출신 와인평론가. 1947년생으로 20대 초에 와인을 처음 접한 뒤 늦은 나이인 31살에 잘나가던 변호사를 때려치우고 직업적 와인평론가가 됐다. 지금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자신이 만드는 잡지 <와인 애드버킷>을 통해 발표하는 ‘파커 포인트’에 따라 세계 와인시장이 출렁인다. 그는 와인 양조장의 전통이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맛에 따라 50∼100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한다. 사진가 로버트 카파와는 전혀 무관하다. 입양한 87년생 한국인 딸을 위해 87년산 와인을 구입해 갖고 있다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 와인 철학 → 지난달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커는 “어떤 경우에도 와인이 즐거운 마실거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으나, 그는 담담하고 솔직하게 답했다. “세계의 와인양조업계가 내 점수에 주목하는 것이 때로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결국 한 명의 와인 소비자일 뿐이며, 로봇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 격식과 관련해 마음을 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와인 형식이 일반인들에게 와인을 어려운 술로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유일한 강조는 와인을 마시기 전에 충분히 흔들어 향을 느끼라는 것뿐이었다. ‘파커가 추천하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와인 판매 행사가 종종 열린다. 그러나 파커가 정작 말하고 싶은 건 ‘가격·라벨에 휘둘리지 않고 와인의 맛과 향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아닐까?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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