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일 벌이지 마라”는 타박을 들어본 적 있다면, 이미 당신은 일 벌이기의 기술자일지도 모른다. 오늘 연구할 ‘일 벌이기의 기술’은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피하고,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일, 새로운 모색을 위한 일을 시작하고 꾸려가는 기술이다. 일 벌이는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 일 벌여서 좋을 게 뭐냐는 반문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직업으로, 수십년 따박따박 월급받고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긴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일 벌이기는 능동적으로 자기의 업을 직조해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10년 뒤에도 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할 사람은 적다. 이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대한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바로 이 기술이 필요하다.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유어마인드’의 주인장이자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기획자 이로는 책 출간, 북페어 기획, 서점 운영 등 여덟개의 부업을 본업 삼아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 벌이기는 특별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일하기의 방식이다. 일 벌이기를 통해 만들어진 여덟 개의 부업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본업 하나만큼의 실속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로의 일 벌이기는 ‘대단한 목표나 야심이 없으므로 쉽게 시작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키워나간다’로 종합할 수 있다. 8년째 끌고 오는 유어마인드와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그런 식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이로는 말한다. 거창한 결심이 없어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외부의 기준에 견주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다.
이로가 이야기하는 일 벌이기의 첫 단계는 ‘우선 컴퓨터에 빈 폴더를 만드는 것’이다. 불쑥 관심사가 하나 떠올랐다면, 일단 제목만 달랑 붙은 빈 폴더를 만든다.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최소한의 행동인 셈이다. 텅 빈 폴더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내 머릿속에 채워야 할 빈 공간을 지시하듯이 여겨져, 무엇이든 다음 행동을 이어가야겠다는 욕구를 일으킨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뻔한 일상이 갑갑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가볍게 일 하나 벌여보시기를. 그저 당장의 의무에서 벗어난 일, 작게나마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일이기만 하면 된다. 결과적으로는 돈벌이로 이어질지도 그저 취미나 놀이에 그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면 일단 성공이다.
제현주(일상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