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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미루지 않기의 최고 기술

등록 2018-01-11 09:16수정 2018-01-11 10:08

[ESC] 생활력기술백서
새해엔 다양한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박미향 기자
새해엔 다양한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박미향 기자
새해가 밝은 지도 2주가 지났다. 의욕 충만하던 신년 다짐들과 실천을 향해 불타던 열의가 슬슬 식어갈 조짐이 보인다. ‘하루쯤 건너뛰어도 돼’, ‘오늘 말고 내일 하자’는 유혹이 살금살금 고개를 쳐든다. 익숙한 기운이다. 바야흐로, 미루는 습관의 귀환이다.

신년 결심은 연례 특별행사지만, 미루기는 상설 할인상품이다. 손쉽고 부담 없는데다가 사시사철 전천후에 값도 싸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어, 미루는 것 자체가 습관이 돼버리기 일쑤다. 죄책감은 ‘원 플러스 원’(1+1)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냉소적인 말이 책망의 의도 한 톨 없이 통용될 리가 없지 않은가.

자책할 것 없다. 어차피 미루는 습관은 태곳적부터 인류의 골칫거리였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 283개 조항 중에는 ‘게으름 방지 조항’이 버젓이 삽입돼 있다. 고대 로마인들이 아예 따로 만들어버린 ‘다음 날로 미루다’라는 뜻의 단어는 영어에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또한 미루는 습관에 대해 경계하는 글을 적은 바 있다.

미루는 습관의 문제는 이것이 결국엔 성가신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 운동 가기를 미루다가 헬스클럽의 회원권이 만료돼 버리고, 안부 전화를 미루다가 마음을 상하게 만들어버린다.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병을 키워버리기라도 하면 최악이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지금 당장 시행하기’다. 가능하다면 바로 해치우는 것이다. 미루기 분야의 임상심리학자로 <미루는 습관 버리기>의 저자인 윌리엄 너스는 ‘미루지 않겠다’는 결심을 계속 상기하라고 강조한다. 힘들면 5분 기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하기 싫은 일에 적용하면 좋은 방법으로, 우선 딱 5분만 해보는 것이다. 5분 후 다시 또 5분 더 계속할지 결정한다.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또는 과업이 해결될 때까지 그렇게 5분씩 더해가는 것이다. 단 5분이라도 일단 하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미루지 않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너스는 미루는 습관 타파를 위한 이런 작은 실천방법 자체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미루지 않기의 무한순환에 말려들어가는 기분이지만, 뭐 어떠한가. 생활력 증진의 모든 과정은 잘게 쪼개서 야심 없이 야금야금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두세번 미뤘다가 한번은 미루지 않고, 그 다음엔 한번 미뤘다가 5분 기법을 써먹어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익숙해져 간다면 그로써 충분하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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