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고 싶을 때 벌 만큼 벌고, 쓰고 싶을 때 쓸 만큼 쓰는 게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돈은 항상 고민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문제다. 벌고 싶은 만큼 벌기도 힘들고, 쓰고 싶을 만큼 쓰기도 힘들다. 기왕에 맘먹고 쓸 때조차 찜찜함이 젖은 휴지처럼 들러붙는다. 대체 왜 돈 관리는 항상 이리 어려운 걸까?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 살림’의 박미정 대표코치는 돈 관리 코칭이 필요한 이들 가운데 돈 불감증이 있는 사람이 많다고 전한다. 힘들게 일하는데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돈은 중요하지 않다’, ‘돈은 또 벌 수 있어’라며 애써 폄하하고 함부로 쓰게 된다는 것이다. 돈 문제에서 버는 것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이므로,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건 소비의 영역이다. 포인트는 무조건 아껴 쓰는 게 아니라고 박미정 코치는 강조한다. 불안에 떨지 않으면서 오늘 행복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 ‘잘’ 쓰는 게 핵심이다.
그 첫걸음은 자기 욕망을 수용하는 것이다. 어디다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 솔직하게 항목들을 직시하는 한편,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 일단 돈을 써본다. 원하는 데 돈을 써서 행복했다면 그 항목은 진짜 내 욕망이니 받아들인다. 원하는 데 썼는데도 찝찝함이 남는다면,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계속해서 자문한다. 그렇게 필터링을 해 나가다보면 우러나는 진짜 내 욕망과 외부로부터 주입된 가짜 욕망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 결핍을 직접 경험해본다. 항목을 정해서 그냥 지출을 안 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욕망의 강도, 치를 수 있는 비용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한 달을 해보니 죽을 것같이 힘들다 싶으면 지출을 재개한다. 반면 끊고도 큰 지장이 없다면, 한 달을 두 달로, 두 달을 석 달로 쭉 이어나간다.
끝으로, 이제 내 주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생활경제 질서를 정립한다. 앞서의 두 단계를 통해 알게 된 나만의 우선순위에 따라 내게 중요한 데 지출을 할애하고, 중요하지 않은 데 지출을 끊는다. 배우자가 있다면 서로의 우선순위 간 교집합을 찾아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균형 잡힌 소비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불안을 다스리는 돈 관리의 기술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