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고관절이 또 시큰해졌다.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조금 무리하면 고관절이 울부짖는다. 10년쯤 전부터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10㎞ 달리기 대회를 출전하기로 몇 달 전부터 약속을 하고 열심히 달리기 훈련에 돌입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무식한 정신으로 거리를 늘리고 기록을 재가면서 일주일에 4번씩 두 달을 뛴 결과, 오래 뛰는 건 수월해졌지만 고관절이 고장 나 버리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한 달은 거의 연습을 할 수 없었고, 대회 날에는 미련하게 진통제를 먹고 10㎞를 뛰었다. 그 경험이 남긴 결과는 두 가지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그렇지만 조금만 무리해도 고관절이 아프게 되었다는 것.
내 훈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깨달은 것은 얼마 전 시어도어 다이먼의 <배우는 법을 배우기>를 읽으면서였다. 몸을 쓰는 기술에서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즉 당신이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배움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에 등장한 이 구절에서 나는 뒤늦은 ‘아차’ 하는 순간과 마주했다. 1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잡고 훈련을 시작했는데 나는 내가 달릴 줄을 알지만 다만 10㎞를 1시간 안에 돌파하는 법만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착각이었다. 나의 훈련은 어떻게 ‘달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빨리 오래’, 그러니까 한마디로 ‘잘 달릴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이먼은 대부분의 사람이 배움을 위해 뭔가를 시도할 때, 진정한 의미의 시도가 아니라 그저 ‘잘하려고 애쓰기’를 수행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때 어떤 움직임을 해야 하는지 분절하여 이해하지 못한다면 습관적으로 판에 박힌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실패의 보증수표’라며 ‘결과가 아니라 그것에 이르는 방법에 오롯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10㎞를 1시간 안에’가 아니라 내 무릎이 어떻게, 팔이 어떻게, 발바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했다. 10년 늦었지만 유튜브를 열고 ‘달리는 법’을 검색했다. 첫 영상의 첫 장면에서 발뒤꿈치를 디디며 달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관절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란다. 참으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달리기를 배우는 기술부터 시작해야겠다. 아직 달리기를 좋아하니 다행이다.
제현주(일상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