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연남동 골목.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알기로, 올해 추석은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서너 해 전부터 달력만 쳐다본 이들도 있다. 이동시간이 긴 먼 곳으로 여행 계획을 잡아도 일주일 정도는 충분히 쉴 수 있을 만큼 연휴가 길다. 직장인 처지에 외국 여행을 떠나기에 이만큼 매력적인 기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회를 거머쥐는 건 아니다. 고향의 부모님이 눈에 밟혀서, 명절의 부담감이 다른 이들에게 편중될 게 불편해서, 별개의 계획이나 일정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여느 해처럼 추석을 보낼 계획인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고향에 다녀와서도 사나흘 여유가 남는 긴 연휴를 잠만 자며 보내기는 아까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짤막하고 가벼운 짧은 여행으로 연휴를 살찌워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딜 가지?’ 가장 먼저 정해야 할 항목이다. 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교통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물론 흥미가 생기는 곳이 먼저겠지만 목적지까지 오고 가는 과정이 편할 뿐 아니라 교통도 잘 갖춰져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 장기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간과했다간 자칫 이동하느라 길에서 고생한 기억만 깊이 새겨질 수 있다.
‘어디서 자지?’ 당일치기가 아닐 경우, 숙박은 중요한 요소다. 첫날 숙박만큼은 꼭 예약하도록 한다. 낯선 곳에서 잘 곳을 못 찾아 헤매는 일은 즐거움보다 피로가 더 크기 때문이다. 2일차 이후로는 좀더 가능성을 열어둔다. 같은 장소에 머무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더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옮겨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뭘 하지?’ 짧은 여행일수록 주제를 정해 집중 공략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서울에 사는 사람이 버스 한두 번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마포구 연남동을 여행지로 잡아 ‘연남동 서점 탐방’이라는 주제를 갖고 자신의 시간을 투입한다면 그 역시 하나의 훌륭한 ‘작은 여행’이 된다. 만두투어, 빵투어, 공방투어 등 간단한 조사를 바탕으로 여행하면 같은 장소의 여러 층위를 경험해볼 수 있다.
십여년 직장생활 중 틈틈이 여행을 다니다가 여성들을 위한 여행플랫폼 ‘작은 여행’을 설립한 허나윤 대표는 이런 기준에 한가지 팁을 더 제시한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일 경우 패키지나 시티투어를 이용해보라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곳에 뚝 떨어졌을 때의 당혹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중요한 지리와 각종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초행자의 공포를 줄이고 다음번 방문 주제를 정하는 데 유용하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