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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생각이 안 풀릴 땐 그림 낙서를

등록 2017-11-02 10:04수정 2017-11-02 10:39

생활력기술백서
마인드맵은 창의적인 교육에 활용되기도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마인드맵은 창의적인 교육에 활용되기도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몽골 알타이의 암각화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그림은 기록수단이 아니다. 복잡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나누기에는 문자가 확실히 효율적이다. 빠른 속도로 정보가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세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자로 필기를 하고, 쇼핑 목록을 만들고, 회의록을 작성한다. 하지만 그림에도 유용한 기능이 있다.

‘마인드맵’은 종이 위에다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로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기법이다. 노트 필기나 의사 결정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그림과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글자로만 적어놓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구태여 그림을 곁들이라고 한다. 알록달록하게 색을 쓰고, 만화처럼 글자를 장식하라고도 한다. 심미적인 이유가 아니다. 마인드맵의 창시자인 토니 뷰잰은 좌뇌와 우뇌를 고루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각각의 반구가 무 자르듯 딱 잘라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좌뇌는 주로 언어와 논리 활동을 지배하고, 우뇌는 이미지와 상상 활동을 지배한다. 즉 마인드맵은 생각이 온 방향으로 자유롭게 확장되도록 하기 위해 문자와 그림 양쪽의 활동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다. 그 효과를 산술적으로 입증하기는 힘들지만, 우리에게는 경험이 있다. 회의 시간에 김 부장의 큰 코라든가, 박 대리의 우스꽝스러운 머그컵을 노트 모서리에 깨알같이 그리다가 불현듯 훌륭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순간, 중요한 키워드 밑에 볼펜으로 하염없이 가로줄을 그어대다가 눈앞에 영감이 번쩍했던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자동판매기처럼 ‘글자 대신 그림을 투입구로 밀어 넣으면, 해답이 콜라 캔처럼 굴러 나온다’라고 장담하는 게 아니다. 다만 손과 뇌를 다른 방향으로 풀어주는 것이 더 유연하게 생각을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잘 그릴 필요도 없다. 안건의 제목 글자를 그림으로 꾸미는 데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물론,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는 건 낯설고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방구석에 굴러다니던 볼펜을 서툴게 움켜쥐고 장판에 최초의 낙서를 했던 먼 옛날, 우리가 그은 그 삐뚤빼뚤한 선들은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었다. 장판을 넘어 소파로, 벽지로, 광고전단의 이면지와 스케치북으로 옮겨 가는 동안, 각자의 펜과 색연필과 크레파스는 차츰 더 분명한 형상을 만들어냈었다. 우리는 그림과 먼저 친했었다. 문자는 그로부터 한참 후에나 우리에게로 왔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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