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직장인 송송(가명)씨는 혼자 살기의 고수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 유학으로 시작된 혼자 살기는 취업을 통과하며 오랜 자취 생활로 이어졌다. 덕분에 십년 넘게 쌓인 공력이 만만치 않다. 집을 구하는 문제, 살림을 꾸리는 문제, 안전을 살피고 식사를 챙기고 건강을 관리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박한 도시에서 여자 혼자 살기의 노하우에 관해서라면 앳된 얼굴로 서글서글하게 웃는 송송씨는 어떤 베테랑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중 돋보이는 건 마음을 보살피는 포트폴리오 기술이다. 첫번째는 휴식처 분산시키기다. 집 밖의 도피 공간을 따로 정하는 것이다.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내 한계가 가장 극명하게 물화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의 경제적 능력, 생활력, 내밀한 단점들이 집의 크기로, 상태로, 놓여 있는 짐들로 적나라하게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바깥에서 너덜너덜해지도록 치이다 와서 빨래를 너는데 건조대 가로대가 빠지며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집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참담하게 만드는 곳이 된다. 이럴 때 달리 갈 곳을 생각해두면 좋다. 단기적으로는 가까이 마음에 드는 카페를 물색해 둔다. 장기적으로는, 침대가 푹신한 호텔이나 펜션을 점찍어 두었다가 한 해에 한두 번씩 순전히 쉬러만 간다. 취향에 따라 이불보다 조식 서비스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관건은 온전히 쉬며 마음 달랠 곳을 정해놓는다는 것이다. 이러면 일상을 꾸역꾸역 견디기만 하지 않고, 숨 한번 돌릴 때가 아닌지 주기적으로 체크해볼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두번째는 관계의 포트폴리오다. 오랜 친구나 마음 맞는 직장 동료와 가족도 중요하지만, 스터디나 취미 모임 같은 느슨한 관계들에도 발을 걸친다. 같은 관심사라는 실낱같은 공통점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지 놀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나의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뜬금없이 잡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공통 관심사로 만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는 엷은 동질감과 감정적인 거리두기가 동시에 흐르는데, 이런 관계가 주는 특유의 위안이 있다. 정기적인 세미나나 모임이 어색하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열리는 저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낯선 이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사소한 공감의 순간들은 친밀한 관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독한 일상을 지탱해줄 것이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