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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우울할 땐 이 방법이 특효

등록 2017-12-27 20:21수정 2017-12-27 20:27

[ESC] 생활력기술백서

픽사베이.
픽사베이.

젊고 빛나던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날, 인터넷 이곳저곳의 게시판에서는 애도와 저마다의 우울감에 관한 이야기가 거대한 너울을 이루었다. 투병의 한복판에서 올리는 자포자기한 넋두리,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간절한 조언, 증상에 대한 문의와 이런저런 치료에 관한 후기들까지. 그 밤, 우울은 없다가 생긴 것이 아니라 파묻고 있다가 고개를 치켜들었을 따름이었다. 딱히 병증의 수준으로 앓고 있는 건 아니나 우울감이 삶의 기본 값이라는 글에는 열렬한 동조의 댓글들이 페이지를 넘겨 이어졌다.

병원을 찾아야 할 상태까지는 아니면서 지속적인 우울감이 일상을 갉아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일부러 얕고 가벼워지는 게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이나 인간관계, 사회문제 등에 대해 분석하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종착점 없는 우울한 감정이 바짝 따라붙기 쉽다. 단점 없는 사람, 완벽한 인간관계, 수학의 정석의 예제처럼 깔끔하게 풀리는 사회문제란 어디에도 없다. 생각을 파고들수록 우리는 해결 불가능한 흠결들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고민한 시간과 노력이 클수록 문제는 더욱 크고 구제불능으로 느껴지고, 우울감은 따 놓은 당상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본 방책이 하나 있다. 내게도 유효했던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한 메모일지다. 매일매일 그날 있었던 아주 가볍고 사소하지만 좋았던 일들을 찾아내 적어 나가는 것이다. 종이수첩도 좋고, 개인 블로그에 글을 띄워 댓글을 붙여나가도 좋다.

내 일지에 남겨진 메모들은 이런 식이었다. 정류장에 닿자마자 버스가 바로 왔다. 지인 정군이 카페라테를 나눠 주었다. 공원 후미진 데를 걷다가 까치가 눈을 밟는 소리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짧고 가벼운 ‘좋음’의 조각들이 서말의 구슬처럼 꿰어져 한 덩어리의 보배가 되었다. 힘들었던 지난주가 송두리째 ‘나쁨’ 일변도가 아니었음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는 건 생각보다 마음을 밝혀주는 일이다. 생각의 한 지점을 집요히 파고드는 데 들였을 에너지를 일상의 표면을 넓게 훑는 데 분산시키는 것 또한 유용한 효과다.

은희경 작가는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라고 적었다. 생각에 휩싸여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새기고 싶은 문구다. 필요한 만큼씩 의식적으로 가벼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우리 삶이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건 아니다.

이유미 기술감독(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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