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넥센의 시범경기가 열린 지난달 17일 고척 스카이돔 구장에서 넥센 3번 타자 이택근이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보우덴의 공을 쳐 1루타를 만들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2016년 시즌의 막은 올랐다. 겨우내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려온 팬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들의 ‘영웅’을 미리 만났다. 경기장은 쌀쌀한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두산과 기아의 경기가 열린 3월19일 잠실야구장은 두산 쪽 응원석인 1루 내야석의 빈 좌석이 많지 않을 정도로 관중이 들어찼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현경(22·강북구)씨는 “중2 때 두산과 기아 경기를 처음 보고서 두산 팬이 됐다. 두산은 근성 있고 팀워크가 좋다. 김현수 선수를 좋아했는데,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론 민병헌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함께 온 박채은(22·금천구)씨는 “친구의 영향으로 두산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좋아하는 선수는 포수 양의지”라고 말했다. 다소 듬성듬성하게 들어찬 3루 쪽 내야석에서는 김민우(39·관악구)씨가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김씨는 “외삼촌 따라서 야구장 놀러 가던 영향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를 응원했다. 좋아하는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이건 마치 아기 오리의 각인 효과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에는 같은 날 4481명의 팬이 찾아왔다. 입장료가 다소 비쌌지만, 국내 최초의 돔구장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한 까닭이다. 이날 넥센의 경기를 바라보는 양천구민과 구로구민의 심경은 다소 엇갈렸다. 넥센이 목동을 떠나서 서운하냐는 질문에 양천구민인 윤형민(56)씨는 “좋지는 않지. 그래도 어쩌겠어”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윤씨는 올 시즌 넥센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는 “박병호와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갔어도, 넥센은 2군 선수단 관리를 잘하는 팀이라서 올 시즌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구로구민은 어떨까. 김성은(29)씨는 “야구는 응원하는 팀이 잘 안 바뀐다. 구장을 옮긴 이유만으로 구로 야구팬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시즌 서울 서남권으로 홈구장을 옮긴 넥센은 이제 팬층을 넓혀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3월25일 다시 찾은 잠실야구장은 평일 낮 경기임에도 많은 팬들이 몰려 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엘지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이날 1루 내야석에는 엘지팬들의 유광점퍼가 봄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예비신부 신소영(34·부천)씨는 “내일 결혼식인데 예비신랑과 함께 왔다. 엘지는 응원도 재미있고 볼수록 매력적인 팀”이라고 말했다. 장지석(46·중랑구)씨는 ‘엠비시 청룡’ 시절부터 엘지를 응원해온 열혈팬이다. 장씨는 “우승을 하든 꼴찌를 하든 한결같이 엘지를 응원해왔다”며 일편단심을 자랑했다.
윤지혜 정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