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스트’였습니다. ‘햏자’도 됐다가 시체놀이도 즐겼죠. 기나긴 여름방학 한 일본 소설가의 작품들을 모조리 읽어내려가며 ‘방콕’한 적도 있었습니다. 후끈한 한낮의 열기도, 여름밤 창문을 열면 잠시 불다 마는 한줄기 바람도, 즐길 만했죠. 맥주잔에 몽글몽글 맺히는 물방울들이 후루룩 흘러내리고 스피...
주말 잘 쉬었나요? 잘 쉬었습니다, 비 온 덕분에…. 지난 월요일 별생각 없이 이렇게 답하고 말았습니다. 비가 오고 쉬다? ‘비가 와서 쉬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더군요. 좀더 들어가면 ‘비 온 덕분에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지 않아도 됐고 그래서 집에서 쉴 수 있었다’라는 뜻이 되어버리...
소폭(소주+맥주)을 마시니 박수가 돌아왔습니다. 신문사 입사 뒤 이런 경험은 무척 신기했죠. “어디 가서 기자가 박수받을 일 있겠냐?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박수 쳐주는 거야.” 어깨에 힘 들어간 선배 기자는 박수의 뜻을 다정하고도 꼼꼼하게 설명했습니다. 업계 용어로 ‘각 잡고 조지는’ 게 기자질이다 보니 어디 가도...
촛불 들고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반값 등록금 투쟁하는 대학생들처럼 말입니다. 왜냐고요? 두가지 사연에 귀기울여 보세요. 우선 아기 100일간 키우고 여행 떠나려는 부부(4면). 그래도 좋은 케이스죠? 고생했으니 아이 맡기고 휴양여행 떠나라고, 어머니가 등 떠밀어 주시니. 그 고생이 어떠했을지 그려집니다. 물론 ...
도쿄 아사쿠사 센소사 앞은 한적했습니다. 이국의 한낮, 좁은 뒷골목은 적이 쓸쓸했습니다. 일본 전통 소품을 파는 나카미세 거리의 뒷길이었겠죠. 6년 전쯤의 묘한 상념이, 타이베이 여행기(4면)를 읽으며 다시 떠오릅니다. 출장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잠시 일행과 떨어져 짧은 시간 그 길을 걸었죠. 더듬더듬 헤...
밥 먹으러 가자. 어디 갈까…. 뭐 먹고 싶어? 니가 가고 싶은 데. 난 아무거나 좋은데. 이러다 우리 부부, 다투기도 합니다. 우유부단의 극치인지, 아니면 까다로운 입맛이 말썽인 건지. 외식이 잦진 않아도 주말이면 한 주 내내 안팎에서 힘들었던 아내, 놀아주지 못한 아이 생각에 밥집을 찾습니다. 식당이 많아도 탈,...
윤리. 사실 거부감 듭니다. 국민윤리가 떠오르거든요.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서 윤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사람으로서’는 이해되는데, ‘국민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국민은 마땅히 권력자에게 반항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싶었겠죠.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 지...
눈물이 났습니다. 어버이날 목숨을 끊은 노부부의 사연이 슬펐고 또한 뭉클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가 절절했고 ‘고맙다’는 유언 한 구절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가슴 찢어지는 일이건만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슬픔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마음에 와 닿은 듯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무거움입니...
소파 선생과 석가모니께 감사드립시다. 연중 거의 최장 연휴가 이분들 덕분입니다. 인천국제공항도 이분들께 고개 숙여야 합니다. 공항을 가득 메운 수십만 여행객들 덕분에 짭짤할 테니까요. 요즘 어린이들 자라나면 코즈모폴리턴(세계주의자)이 될 것 같습니다. 걸음마 시절부터 영어 배우고 동네에서 뛰어놀 무렵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