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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기이익 위해 남의 가치 짓밟는 일 우파 의원들의 가치관 타령

등록 2007-05-25 22:35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북한과 일본 관계 정상화를 ‘지금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며 막고 있는 일본내 최대 정치세력은 초당파적 우파 국회의원 모임인 ‘북조선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납치의련)이라는 긴 이름의 단체다. 회원이 180명이 넘는다.

이 회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애국 국회의원단체가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 주장이라며 그걸 했다고 시인한 ‘고노 담화’ 등이 일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우긴다. 이들 모임에 빠지지 않는 유력 회원 중에 후루야 게이지(55)라는 중의원 의원이 있다. 아베 신조 총리와 그의 핵심동맹군인 나카가와 쇼이치 정조회장 등과 아주 친하다. 이 모임 발족 당시 회장은 나카가와, 후루야는 부간사장이었으며, 아베 총리는 사무국장이었다.

후루야가 좌장 노릇 하는 단체가 또 있는데, ‘신헌법 제정촉진위원회 준비모임’이다. 군대보유와 교전권(집단자위권)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를 무력화 내지 폐기하고 정식 군대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그런데 그가 지난주 단체를 또 하나 만들었다. ‘가치관 외교를 추진하는 의원모임’이다. 가치관 외교라니? 자유·민주·인권·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높이고 이를 공유하는 나라나 사람들과 연대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외교란다. 사물에는 그 실체에 합당한 이름을 붙여야(正名) 세상이 바로 선다고 공자는 말했는데, 자기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민주·인권·법을 유린해온 자들이 그것을 선점하고 독점했다. 이 모임엔 총리의 최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 관방 부장관과 야마타니 에리코 총리보좌관도 가담했다. 모임이 ‘아베 응원단’임을 스스로 드러낸 셈인데, 그러지 않아도 다 아는 일이긴 하지만 꼴사납다. 아베는 중국이나 한국, 또는 미국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다가 최근 한 발 물러서 ‘좌우간 유감’ 정도로 적당히 얼버무려 왔으나, 사실상 그의 뜻대로인 측근들 행태는 이들 나라에 ‘엿먹어라!’고 삿대질을 하는 거나 같다.

후루야가 첫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은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나카가와도 그 자리에서 침소봉대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위협적인 나라다. 우리가 중국의 일개 성이 되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 중국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여기에 한반도 남부(한국)를 끌어들여 대항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일본 우파 전략가들의 오랜 방략이다. 지금 아베의 ‘외교 선생’으로 이들 우파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도 추종자가 많은 외교관 출신 오카자키 히사히코다. 〈일본 외교의 분수령〉, 〈역사의 교훈〉 등에선 장기적으로 한반도엔 치명타가 될 전략들을 짜내는 그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아베는 지난달 말 미국에 가기 직전에도 그를 만났고, 그때 한국 일부 언론은 중국견제론과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노림수가 뻔한 얘기들을 유익한 훈수라도 되는 양 실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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