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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의 미·일 탈피는 균형 찾기

등록 2007-04-26 17:39수정 2007-04-26 18:04

한승동의 동서횡단 /

1999년 10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약 4년 반 서울 특파원을 지낸 뒤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에 가 있는 <마이니치신문> 기자 사와다 가쓰미(40)가 지난해 <탈일하는 한국- 이웃나라가 일본을 버리는 날>이라는 책을 냈다.

‘탈일(脫日)’은 반일(反日)과는 다르다. 사와다가 보기에 반일은 일본이 힘이 있고 각별한 영향력이나 의미가 있을 때 나온다. 한국에서 일본은 이미 그런 지위를 상실한 지 오래다. 한 해에 수백만명이 오간다는 한일간 사람왕래를 보고 일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일간 교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일본 외의) 대외 접촉과 교역이 늘고 있다. 반일해야 할 근거가 없어진 것이다. 사와다는 아예 “반일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일본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 조짐은 그가 1999년 가을 학생시절 한국어공부를 위해 유학한 지 10년만에 특파원으로 서울에 도착한 순간부터 확연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가치관·세계관이 너무 변해버린 데 충격을 받았다. “흡사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그런 변화엔 한국이란 나라를 대국 사이에 낀 조그만 섬나라로 만든 냉전체제의 붕괴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고, 경제발전에 따른 한국의 위상 제고도 한몫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 냉전붕괴 이래 한국 무역·투자 거래대상국 순위에서 미국과 일본은 급격히 추락했다. 사와다는 통계자료들을 동원해 그 변화추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게 외국은 미국·일본이 거의 전부였고, 한국인이 알던 ‘세계’ 역시 사실상 미국·일본뿐이었던 사실에 견주면 그 대비가 너무 선명하다. 그나마 미국은 군사·안보상의 이유 등으로 위상 추락이 일본에 비해서는 완만하다. 반일 파워가 반미 쪽으로 옮아간 것은 그런 맥락에서 당연했다고 사와다는 지적한다.

그는 ‘한국이 좋다, 싫다’로 점수를 매기면 자신은 ‘좋다’ 쪽이 65%는 된다고 자평한다. 이런 ‘지한파’ 사와다는 자국인들에게 더이상 “(이미 떠나버린) 한국에 환상을 품지 마라”며, 매달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볼 것을 권한다.

또 하나의 일본 진보세력 거점인 <주간 금요일>이 지난해 말 펴낸 <이 나라의 행방>. 구리타 요시코 지바대학 교수는 그 책에서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오쿠타 히로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롄) 당시 회장의 말을 끄집어냈다. “일본은 국제정치, 또는 경제에서 제2, 제3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역시 하늘과 바다뿐만 아니라 육상에도 낸다(파병한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구리타 교수는 2002년 2월에 발표된 미국의 ‘국방정책재검토(QDR)’가 9.11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냉전에 맞먹는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장기전쟁”으로 규정하고, 고이즈미 정권 이래 일본정부가 이에 맞장구치며 미일동맹을 강화해 “대국으로서 세계안정에 기여한다”는 세계공동경영 의지에 불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재계 대표 오쿠타가 한 얘기도 바로 그것이다.

일본을 떠난 한국의 급속한 중국 접근을 후쿠자와 유키치식으로 말하면 ‘탈일입중(脫日入中)’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와다가 제시하는 통계를 보더라도 그것은 지나친 미·일 편중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정상화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도 미·일과 한국의 국가전략은 나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우파는 그들에게 특권적 이익을 보장했던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후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국제 동원체제를 꿈꾸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삼은 ‘장기전쟁’체제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체제에서 식민지로 전락하고 분단까지 당한 한국이 거기에 다시 가담하는 건 굴욕과 비참을 되풀이하겠다는 바보짓이다. 탈미·일해서 균형을 회복하는 게 사는 길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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