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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신자유주의 10년’의 고통 정권이 바뀐다고 사라질까

등록 2007-11-16 22:29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

1960년대까지만 해도 드물었던 개도국 외채위기가 1980년대에 전면화한 것과 7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한 것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신의 책 〈신자유주의〉(한울)에서 1980년 이래 50개국 이상의 주변부 국민들이 중심부 채권자들에게 대규모 ‘마셜플랜’을 실시했다고 썼다. 마셜플랜이라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서유럽을 서둘러 재건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지키고 사회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부자나라가 가난한 나라들에 투입한 돈이다. 그런데 80년 이래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앞세운 부국들이 외채위기에 시달리는 빈국들의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치는 걸 전제로 쏟아부은 긴급구제금융은 결과적으로 투입금의 몇 배를 부국들에 되안겨주었다. 가난한 자들이 부자들에 마셜플랜을 베푼 셈이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자그마치 4조6000억달러가 넘었다. 그래서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결과적으로 빈국들이 부국들을 보조하는 이 세계는 얼마나 이상한 곳인가” 하고 개탄했다.

하비 교수는 신자유주의화의 본질을 “탈취에 의한 축적”에서 찾는다.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보다 갈취를 통한 부의 이전, 곧 특정인이나 계급·국가가 다른 사람들이나 계급·국가들로부터 부를 빼앗아가는 것을 말한다. 60년대에 평균 3.5%이던 세계 경제 성장률은 70년대엔 2.4%, 80년대 1.4%, 90년대 1.1%, 2000년대 들어와선 1% 정도에 그쳤다. 부의 새로운 창출은 갈수록 미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화가 경제발전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몇몇 지역이나 국가들이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하고 있고, 특히 상위 계급이 빠른 속도로 부와 권력을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 만들어내고 있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하비는 탈취에 의한 축적의 4가지 주요 양상으로, 앞서 외채위기를 통해 살펴본 ‘위기의 관리와 조작’ 외에 ‘민영화와 상품화’, ‘금융화’, ‘국가의 재분배’를 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뼈저리게 겪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87년 체제’ 이래 얘기해온 민주화 진보라는 게 기실 신자유주의화였고, 과거 군사독재의 규제와 억압에 질린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강제한 무자비한 규제완화와 경쟁, 민영화와 개방을 진보와 민주화로 착각해온 게 아닐까. 한나라당이 ‘87년 체제’를 “아이엠에프 시절보다 더 힘든” “국민 불행의 시대”로, 정권교체를 “국민 성공시대의 시작”으로 선전하는 광고가 나부낀다. 신자유주의 10년은 확실히 우리 사회를 80 대 20으로 양극화하고 국민 대다수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떨어질 줄 모르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거기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을 반자유화 좌파로 매도할 정도의 급진적 신자유주의화를 주창해온 게 한나라당 아닌가. 그들이 집권하면 소수 국민이 ‘성공시대’로 더욱 빠르게 질주해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데 그럴 경우 불행의 가속화를 피하기 어려운 대다수 국민까지 그 길을 지지하는 듯 보이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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