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서경식 교수의 예상대로 “우편향의 ‘기억의 싸움’을 추진해온 일본 우파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다. 희열 속에 뭔가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지난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북지원 재검토, 지원방식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썼다. “한국 보수세력은 김대중 정권 이래의 ‘태양(햇??)정책’을 북조선에 너무 유화적이라 비판해왔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해온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무분별하고 무원칙’하다고 반발하며 인권문제를 중시하는 자세다. 종래 한국의 유화자세를 의심해온 일본의 우려와도 통하는 인식이다.” “우려와도 통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바로 일본 우파의 속내다. 감히 북한에 접근하다니! 지난주 통화한 강덕상 시가현립대 명예교수는 남북통일 저지가 일본 우파세력의 “전후 기본전략”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거기에다 한국의 과거사 청산 작업 중단도 고대했다. 그들에겐 그게 “좌편향의 ‘기억의 싸움’”이겠다. 같은날 사설격인 ‘주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 그 중에서도 대일본관계가 최악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일본에 대해 영토 문제,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문제, 위안부 문제 등 불급불요한 문제를 크게 부각해 과거역사와 연결하면서 ‘일본은 침략주의적’이라 하고 한때는 정상회담 거부라는 강경수단까지 취했다. 실로 여유없는 관념적 대일외교였다.” ‘관념적 대일외교’라는 얘긴 맞을지 모르겠으나, 한-일 간에 조성된 껄끄러운 정세를 몽땅 한국 정부 탓으로 돌리는 후안무치와 적반하장은 가관이다. 도대체 누가 그런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이용해 먹었나.
〈산케이〉는 19일 ‘한국 정권교체, 나는 이렇게 본다’에 다쿠쇼쿠대학 해외사정연구소 객원교수 다나카 아키라라는 사람을 등장시켰는데, 그에게 노 정권은 “북조선의 공작에 놀아나고, 좌파운동가 출신자들이 권력의 중추를 장악한 미숙한 정권”이었다. 그날 같은 코너에 등장한 또 한 사람은 조갑제 〈월간 조선〉 편집위원. 그 역시 노 정권은 “반헌법적 좌파정권”이고 “김정일에 순종한” 정권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우파세력은 이미 내셔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한 듯 때아닌 ‘반빨갱이’ 하나로 통일돼 있다. 〈산케이〉는 20일 이명박 당선자가 주한 미·일 대사를 당선 다음날 만난 걸 두고 “극히 이례적”이라며 한-일 관계, 한-미-일 공조 새 시대를 점쳤다. 〈산케이〉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내년 2월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이 “확실시되고 있고”, 7월쯤에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갈 것이라며 ‘밀월’을 기대했다. 만악의 근원은 “좌파 노 정권”이었다!
일본 우파에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을 졸지에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과거사 기억을 은폐하는 마법의 열쇠였다. 이제 한·일 우파는 있지도 않은 ‘한국 좌파 정권 척결’을 ‘기억의 싸움’에 대한 싸움을 위한 연합전선 촉매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사히〉조차 20일 사설에서 이명박 정권 등장을 “동아시아 연대를 위한 호기”로 삼자며 희망에 부풀었다. 〈아사히〉는 다만 한-일 관계 냉각이 “물론 노 대통령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하고 토를 하나 달았을 뿐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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