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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반도 상황 무시한 ‘탈민족’ 주장
글로벌 제국주의에 악용될 수도

등록 2008-01-11 18:48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분단의 내일 통일의 역사>(당대, 2001년)에서 지은이 도진순은 이렇게 얘기한다. “일부에서는 민족주의를 일종의 ‘국가파시즘’처럼 비판하지만, 21세기 한반도에서 민족주의의 핵심 개념은 통일이며, 통일은 남북 두 국가주의와 날카롭게 대립한다. 따라서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통일민족론이 분단 ‘국가주의’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대립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족주의를 국가파시즘에 준거하여 비판하는 것은 어제의 것으로 오늘을 재단하거나, 서구 등 타자의 것으로 우리를 재단하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다.”

7년도 더 전에 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지금의 우리 사회 민족주의 논쟁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퇴보했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이론은 현실이 있고서야 의미를 갖는다. 이론을 위해 현실이 있는 게 아니라 현실을 위해 이론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한국의 민족주의 문제가 서구 민족주의 문제와 다른 것은 딛고 있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특수성을 걸러내고도 남는 민족주의 일반 문제가 있지만, 일반론으로 특수성을 재단하는 것은 집안 망치는 반풍수 꼴이 될 수 있다. 도진순은 그 점을 적확하게 지적한다.

그는 같은 글에서 이런 얘기도 했다. “2000년 10월12일 ‘북-미 공동성명’ 이후 북-미간의 관계정상화 문제가 본격적인 협상의 궤도에 진입하는 듯하자, <뉴욕타임스>는 ‘한반도의 통일은 아시아의 분단?’(If Korea Unite, Will Asia Divide?)이란 이름의 칼럼을 실었다. 이에 의하면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군이 나가야 하며, 그러면 통일 한반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대륙세력의 일부가 되고, 그것은 좁은 대한해협을 경계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세력, 곧 중국세력과 일본세력으로 분단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반도의 통일은 더 큰 분단을 가져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이런 시각은 뒤틀린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다. 저들은 한반도의 독자성·자율성은 안중에도 없다. 대다수 한반도 주민들이 분단 때문에 어떤 삶을 영위하든, 죽든 살든,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이며 그것을 위한 정치공학, 파워게임일 뿐이다. 저들은 대한해협을 경계로 대륙세력과 일본열도가 나뉘는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본이나 한국, 중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면 일본열도에만 의존한 채 대륙과 대결해야 할 자신들의 동아시아 이해기반의 약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이 완전퇴출될지 모른다는 걸 걱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일개 기고자가 미국의 대표는 물론 아니지만, 그 신문이 대표하는 미국 주류사회의 한반도 시각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러하다는 걸 우리는 오랜 세월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지난 세기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인들의 삶을 좌우해온 것은 대륙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었다. 오리엔탈리즘적 탈민족이야말로 오히려 글로벌 제국주의 파시즘의 주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늘 경계해야 한다. 일진회나 이광수, 최남선처럼. 지금도 별로 다를 것 없다.

민족주의를 외국인노동자들을 핍박하는 배타적 핏줄민족주의로 일반화하는 것은 또다른 왜곡이다. 한승동 선임기자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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