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하고 있다. 도 의원은 “이 시가 과연 정치적이냐”고 물었다. 위는 박병석 부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인들, 진보·보수 떠나 비판 목소리
“이념편향 없는데 왜 문제삼나”
“정치인 이전 시인 도종환 작품”
안도현 시인 “내 작품도 빼달라”
새누리 이정현 “신중히 결정해야”
“이념편향 없는데 왜 문제삼나”
“정치인 이전 시인 도종환 작품”
안도현 시인 “내 작품도 빼달라”
새누리 이정현 “신중히 결정해야”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를 교과서에서 빼라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지시’(<한겨레> 7월9일치 8면)에 대해 문인들과 시민들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며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 역시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진보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는 9일 성명을 내어 “교과서에 실리게 된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며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 시의 중요한 성과로 회자될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추방하려는 시도는 시인을 추방하려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며 삭제 요구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작품에 대한 사형선고에 한국작가회의와 그 회원들은 힘껏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의 정종명 이사장도 “도종환 시인의 작품이 2002년부터 교과서에 수록돼왔다는 사실은 이미 그 작품들이 이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검증을 받았다는 증거”라며 “교육과정평가원이 자체 규정을 근거로 삭제를 요구한다면 차제에 그 규정을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역시 보수적 문인으로 평가되는 작가 이문열씨도 “시인이 작품을 쓸 당시 이념적인 편향이 없었던 작품에 대해 그 시인의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교육과정평가원은 수정 권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 시인 신경림씨 역시 “이번 일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어서 길게 논평할 가치도 없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도현 시인도 이날 트위터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께’라는 글을 올려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작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나는 더욱 자격이 없다”며 “도종환 시인의 시를 추방해야 한다면 나의 작품들도 교과서에서 모조리 빼 달라”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이념이나 정당, 정파와 관련돼 (교과서에) 실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문학작품으로서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는 판단이 서서 실렸다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삭제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이번 사태에 관한 ‘실시간 토론방’이 개설되어 9일 오후 4시 현재 4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교육과정평가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번 결정을 시인 출신 야당 정치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들이 주로 올라왔다.
한편 당사자인 도종환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도 의원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하는 자신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동료 의원들 앞에서 낭송한 다음 “단지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도록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이와는 별도로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육과정평가원이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에 관한 내용도 삭제 지시를 했다면서 형평성을 지켰다고 주장하는데, 이자스민 의원 관련 내용에 대한 삭제 지시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황준범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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