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칸영화제의 개막작인 <다빈치 코드>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팔레 드 페스티벌 광장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으며 상영관으로 들어가고 있는 배우와 감독들. 왼쪽부터 배우 리타 윌슨,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감독 론 하워드. 배우 장 르노. 에이피/연합
칸 영화제 개막…아시아 영화 드물어 ‘해걸이’
할리우드 영화 <다빈치 코드>를 개막작으로 내세운 제59회 칸국제영화제가 17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막을 올렸다. 예수가 결혼했고 그 후손들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가정 아래 쓰여진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 대해 바티칸을 비롯한 기독교 사회에서 논란이 적지 않은 탓에, 영화제쪽은 행사관 출입시 검문을 강화하는 등 예년보다 경비에 조금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상영을 비롯한 전체 개막 일정이 별 탈 없이 순조롭게 끝났다. 개막식이 있기 전인 17일 낮에 수녀 한명이 십자가를 들고 행사장 앞에서 한동안 꿇어 앉아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이 수녀는 기도를 하면서 이 영화의 상영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하려는 듯 보였으나, 기다렸다는 듯 취재진이 쉴 새 없이 마이크를 들이대 침묵할 수가 없었다.
개막식에 모습을 나타낸 스타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배우와 유럽·아시아 배우가 6대 4쯤의 비율을 보였다. 톰 행크스, 이언 맥켈런, 오드리 도투, 장 르노 등 개막작의 배우들과 팀 로스, 모니카 벨루치, 헬레나 본햄 카터, 장 쯔이, 새뮤얼 잭슨 등 심사위원들이 개막식장의 레드 카펫을 밟았고 노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카펫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모든 것이 무난했던 개막식처럼 올해 칸영화제는 이렇다 할 특징이 잘 찾아지지 않는다. 예년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 중에 명망가 감독이 조금 줄었고, 아시아 감독이 중국 로우예 한 명에 그쳤다는 정도다. 명망가 감독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난니 모레티, 켄 로치,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이, 그보다 소장파로 리처드 링클레이터, 소피아 코폴라, 니콜 가르시아 등이 경쟁 부문에 진출해 있다.
영화제쪽은 출품작 중 아시아 영화가 적은 걸 의식한 듯, 심사위원장을 중국 감독 왕자웨이(왕가위)로 선정한 것을 두고 “아시아 영화를 중시하는 칸영화제 지향점의 반영”이라고 올해 행사의 설명 자료에서 밝혔다. 17일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왕자웨이는 중국인으로서 처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인의 영예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아시아의 영예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제쪽에 예의를 갖춰 말했다. 그는 경쟁작에 아시아 영화가 한편만 오른 데 대해 “북유럽 영화도 어떤 해에는 많고 어떤 해에는 매우 적다. 아시아 영화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사위원장으로 제일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하는 것(스피치)”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올해 칸에서 한국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감독주간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상영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데뷔 감독 작품 중에서 한편을 뽑아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이기도 하다.
칸/ 임범 기자 isman@hani.co.kr
“당신은 예수 최후의 후손” 심각한 대사에 웃음보 ‘다빈치 코드’ 감독 “어디까지나 오락물”
<다빈치 코드> 제작진은 올해 칸영화제를 중요한 선전장으로 삼은 듯했다. 제작사 소니픽처스는 16일(현지 시각) 칸에서 있은 세계 첫 시사회를 위해 필름을 런던에서 칸으로 10시간 걸려 열차로 날랐고 개막일인 17일엔 100여명의 자체 손님을 초청해 파티를 열고, 칸 메인 상영관 옆에 임시로 설치한 피라미드 모양의 대형 천막 위로 레이저 광선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막상 영화 자체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6일의 시사회에서 “당신은 예수 최후의 후손이오”처럼 무게가 실린 대사가 나올 때, 거꾸로 객석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애초부터 작품성에 대한 기대보다 소재의 사건성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17일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의 질문도 이 영화의 논쟁적인 측면에 모아졌다.
“화가 날 것 같으면 보지 않기를 권한다. 그러나 화를 낼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관대하게 놔주길 바란다.” 론 하워드 감독은, 90년대 후반 <예수 최후의 유혹>이 논란이 됐을 때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답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마틴 스코시즈와 달리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장과 가정이 심하다고 볼 수 있지만 픽션에서 그런 점은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영화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실제 역사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인생은 계속 되는 미스터리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볼 때도 호기심과 탐구 욕구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티빙 경 역을 맡은 <반지의 제왕>의 이언 맥켈런이 유머를 섞어가며 거들었다. “가톨릭 교회에 다녔고, 그래서 보수적이기도 한 나로서는 책을 보면서 예수가 결혼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게이는 아니라는 얘기니까.(웃음) 책은 그렇게 많이 팔렸는데, 책의 독자와 영화 관객과 뭐가 다른가.”
주인공 랭던 역의 톰 행크스는 “매 역마다 새로운 도전을 해왔는데 이번 영화에선 어떤 것에 도전했느냐”는 질문에 “랭던이라는, 무척 지적이고 박식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라며 “나도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배우로 그 인물을 연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51살에 일생의 역작을 남겼는데, (50살인) 당신은 어떤가”라는 물음에 “나는 아직 많이 남았다. 이것저것 내 마음대로 할 자유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그는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이번 금요일(19일)까지 300만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장담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칸/ 임범 기자 isman@hani.co.kr
“당신은 예수 최후의 후손” 심각한 대사에 웃음보 ‘다빈치 코드’ 감독 “어디까지나 오락물”
17일 오후 (현지시각) 개막작 <다빈치 코드>로 12일의 일정을 시작한 칸 영화제의 주요 상영관인 팔레 드 페스티발 앞 광장. 에이에프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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