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 등 연주 기대이상
특정악기 편중 협연 아쉬워
특정악기 편중 협연 아쉬워
한국 교향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2006 교향악 축제’가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이 축제는 매해 20여개가 넘는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큰 행사인데 이번에도 21개 단체에 단원만 약 2천명이 참가하였고, 예상 관객 수가 3만5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교향악단들의 개성을 감상하고 기량을 비교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오케스트라 올림픽”이라 하겠다.
오늘까지 순서의 절반 정도가 진행된 ‘2006 교향악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방 오케스트라와 신생 오케스트라들의 약진이었다. 이들이 보여준 음악적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창원시립의 경우 연주하기도, 집중하기도 어려운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훌륭하게 연주하였다. 또한 1997년에 결성돼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경기도립과 강남 구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주목할 만했다.
레퍼토리의 다변화가 이루어진 면도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선호되었던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교향곡 외에 높은 기량과 충분한 연습 없이는 연주가 어려운 쇼스타코비치, 부르크너, 시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드보르작 등 19세기 작곡가들의 대작들이 연주되어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이들의 교향곡들을 연주한 것이 올해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올해가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슈만 서거 150주년이라며 온 음악계가 이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와중에 이뤄진 한국 작곡가가 쓴 창작곡 연주는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 작곡가의 탄생과 서거를 기념하는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올해에는 협주자의 절반 정도를 오디션을 통해 연주자를 선발하고 이들을 각 오케스트라와 맺어주었다. 협연자 선발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전문연주자로 출발하려는 연주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 이뤄진 협연은 대부분 지휘자, 독주자, 그리고 오케스트라 모두에게 서로에게 낯선 상대와 짧은 시간에 익숙해지기는 무리인 듯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협연이 특정악기에 편중되었던 것과 협연자 대다수가 여성 연주자였다는 점도 언급되어야 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기성연주자 중에서라도 협연자의 연주 특성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다.
교향악 축제는 18년을 지속해오면서 그동안 한국 음악계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방 각지에 교향악단이 결성되는 데 기여했고 자기 지역 오케스트라 연주를 응원하고자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오는 응원단까지 생기는 재미있는 현상까지 생겨나게 되는 등 음악 애호가 층을 넓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오케스트라간의 비교와 경쟁을 통한 동기유발과 질적 향상을 이뤄내었다.
‘예술의 전당’이란 일개(?) 극장이 기획하고 이끌어온 이 행사는 최근에 각 극장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논리와 손익계산을 근거로 해서는 실행되기도, 장기적인 시각과 예술계의 기초문화 발전을 위한 사명감 없이는 지속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성년이 되는 교향악 축제가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교향악계의 발전은 물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적 자부심의 표상이 되길 바란다.
왕치선/음악 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왕치선/음악 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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