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배려해 선곡·해설
시향 연주는 아쉬움 남아
시향 연주는 아쉬움 남아
‘새로운’ 현대 음악회를 위한 뜻깊은 시도
진은숙은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나 국제적인 지명도에서 가장 성공한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음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은 그가 서울 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작곡가로 위촉된 뒤 기획한 첫 음악회가 열렸다.(4월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뉴 뮤직이란 뜻의 〈아르스 노바〉의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지도, 그렇다고 기존 음악회의 레퍼토리를 답습하지도 않았다. 신나는 리듬이 특징인 로베르토 시에라의 ‘알레그리아’, 독특한 음색이 압권인 드뷔시의 ‘바다’, 우리에게 익숙한 낭만 음악적 성향을 품고 있는 베베른의 ‘파사칼리아’가 진은숙에게 그라베마이어상을 받게 해준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포함되었다.
청중들이 편견과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쉽게 현대음악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채로우면서도 기존의 클래식 음악과의 연관성을 모색하고자 했던 의도에 맞추어 섬세하고 치밀하게 선별한 작품들이었다. 또 연주가 이뤄지기 전 작곡자로부터 미리 듣는 작품해설을 통해 더욱 친밀하게 곡을 이해하도록 한 의도가 좋았다. 하지만 작곡가의 설명이 이뤄지는 내내 장내가 어수선해서 작곡가의 설명에 집중하기 어려워 아쉬웠다.
첫 곡으로 연주된 베베른의 ‘파사칼리아’에서 시향의 연주는 각 파트의 특징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또한 슈베르트의 곡을 베베른이 편곡한 6개의 독일 무곡에서도 관현악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 기본적인 톤 컬러와 음질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날 연주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보다 오케스트라가 훨씬 준비된 연주를 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협연을 맡은 비비아네 하그너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이해하고 연주의 흐름을 이끌어 가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기교적인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바다는 인상주의적 작품으로 소리의 미묘하고도 점진적인 변화, 독특한 선율의 흐름 등이 특징인데 시향의 연주는 이런 내용을 섬세하게 표현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목관과 금관 파트의 연주는 달라진 시향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대음악에 대한 식견이 높다고 알려진 지휘자 스테판 애즈베리도 명성에 걸맞은 구실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본질적으로 모든 창작예술가들은 이미 창조된 예술(Ars Antiqua)을 소비하는 당대에 대하여 늘 새로운 예술(Ars Nova)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 일회성 음악회가 아니라 시리즈로 기획된 현대 음악회가 굴지의 오케스트라에 의해 시도된 것도 처음이며, 상임 작곡가 제도도 국내에서는 처음 정식으로 도입되는 일이다. 이 시도 자체가 한국에서는 ‘아르스 노바’의 일환이라 할 만큼 매우 뜻 깊은 행보이며, 이 기획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음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된다.
단,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하는 자에게 필요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실력이 함께할 때 가능할 것이다. 왕치선/음악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단,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하는 자에게 필요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실력이 함께할 때 가능할 것이다. 왕치선/음악평론가 queenw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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