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약 평양의 반쪽을 가지고 있다면 통일이 좀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지난여름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 앉아 이런 상상에 잠겼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베를린에서는 비슷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1945년 2월, 연합군 지도자들은 얄타에 모여 독일의 패전과 전후 처리에 대...
참 정치 쉽다.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을 보고 드는 생각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고민이 없다. 입장도 참으로 시원하고 명확하다. 국민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고민이 필요 없으니 참으로 투명한 정치라 아니할 수 없다. 거기에 대통령 한마디로 홍해가 갈라지듯 국민 여론이 쫙 갈라지니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한창 논란이 되던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이들이 수능 역사과목 출제 오류를 우려했다. 의도적인 출제 오류를 통해 궁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그럴듯해 보이는 근거 하나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반대하지만, 의도적 출제 오류는 기우이며 음모론...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은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유니세프에서 구호물자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학교급식 제도의 탄생 자체가 자주적이지 않고 교육 차원은 더욱 아니었으며 심지어 구차하기까지 했다. 학교급식은 ‘먹는 문제’이기 때문에, 좀 비약해서 말하면, 관련된 사람을 모든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급식업무 ...
“애들 다 크고 심심해서 용돈이나 벌려고 여기 나오는 거지. 여기 그런 사람 없어요.” 노동 교육을 하러 나온 노무사를 향해 마트 직원이 외친다.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이다. 나는 한 달간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저 장면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 “게스트...
스웨덴을 생각하면 복지부터 떠오른다. 학교, 보육, 건강, 연금, 노인 복지, 사회복지 사업 등을 국가가 거의 무상 제공한다. 50년에 걸쳐 이뤄진 이 같은 스웨덴 복지는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의 산물이 결코 아니라고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의 최연혁 교수는 설명한다. 바로 ‘정치적 상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최근 영국에서는 특정 유전자가 임신 초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배아 편집 실험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중국 학자들이 인간 배아를 편집하는 최초의 실험을 감행했다. 이른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고 하는 핵산분해효소를 적용하는 연구들이다. 효율적인 유전체 편집을 위해서 절단하고...
누리과정 파행을 둘러싸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으로 지방교육청에 줄 만큼 주었는데 지방교육청들이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고 하고, 지방교육청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세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서 본질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니 별도의 예산을 주든지 교부금 비율...
1월29일 새벽, 임대인이 고용한 수십명의 용역업체 직원이 강제집행을 위해 서울의 파리바게뜨 효자동점을 덮쳤다. 그들은 망치로 문과 창문을 부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육탄방어를 벌이는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 임차상인들로 구성된 모임) 회원들을 끄집어내어 길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모...
정부가 공기업에 대하여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도입하도록 강제하면서, 우선적으로 금융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성과주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제가 다니는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노동조합과 합의가 필요한 직원 영역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요구되었고, 저성...
회사는 갑자기 신규 부서를 만들어 노동자 박씨를 배치했다. 그러곤 변변한 지원도 없이 실적이 부진하다며 압박했다. 김씨는 퇴근시간 이후 업무지시에 불만을 표했다는 이유로 찍혔다. 사장은 그가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고 했다. 사장은 회의 일정을 변경한 뒤 김씨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회의에 불참했다며 징계...
법원 통계에 따르면,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받는 범죄소년은 연간 4만여명이고, 이 중 학교 밖 청소년이 2만4천여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전국 재적 학생 중 학업중단자는 연평균 5만여명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비행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비행친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과 가출로 인한 ...
<한겨레> 1월27일치 “일본, ‘암 환자 일·치료 병행’ 팔걷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태어나서 처음 일본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암환자가 있으면 막대한 치료비로 집안 경제가 휘청거린다. 고가 항암제가 건강보험에서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치료비 때문에 암 치료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