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외국인 노동자’다. 사람들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를 국가를 버린 사람들이라고 매몰차게 비난할 때, 왜들 저러나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데 막상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보니 영락없는 ‘외노자’다. 호주에 온 건 미래를 꿈꾸기가 힘들어서였다. 2년 넘게 박봉에 쪼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주부, 어린 학생, 동네 아저씨, 직장인 등 자기 일 하기도 바쁜 사람들이었으리라. 당시 경찰은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진압 대상으로 보았고, 수많은 시민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쓰러졌다. 현장은 아비규환, 사냥꾼에 포위되어...
평소 특정한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언론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로 규정하고 해석하는 모습들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특정 후보의 지지를 유도했...
인문학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넓은 범위의 학문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중 학교교육에서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과목이 인문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인문학은 그리스와 로마를 지나 중세와 근세에 다다르면서 교육의 근...
주상이 형이 죽었다. 홈리스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 때 만난 당사자 활동가다. 세살 차이인데다 의욕적이고 엉뚱해서 웃을 일이 많았다. 펜스가 쳐진 개발지역에서 새벽 내 같이 고물을 줍다 잠들어버려 경비 아저씨한테 혼이 난 적도 있다. 뉴타운 미아 6구역 빈민현장 활동 때 형은 대학생들과 ...
칼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떠오르는 삶이 있다. 2년 전, 33살이라는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등진 준혁이라는 친구다. 준혁은 수급자이면서 지적장애가 있었고, 부당한 복지제도를 바꾸기 위한 사회운동에 열심이었다. 장애인 집회 현장에서 만나는 준혁은 눈빛이 참 선하고 쓰레기 치우기, 전단지 나눠주기 등 궂은일을 ...
2014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4726명 가운데 자동차에 의한 보행사고 사망자가 1843명(38.7%)을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5%)의 2.3배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이다(2012년 기준). 운전하기 편한 환경보다 걷기 좋고 안전한 환경으로 하루빨리 교통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
지난 4~5일 주거복지 콘퍼런스 조직위원회와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주최한 ‘주거복지 콘퍼런스’가 열렸다. 대주제는 ‘시장과 주거복지’였다. 발제자들의 논지는 점점 심각해지는 주거 문제로 인해 공공 영역이나 복지 영역만으로는 커져가는 주거복지 요구를 감당할 수 없고, 시장과 복지가 결합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
3년 전 필자는 장기입원 환자 심의차 경기도 의정부의 한 정신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받은 장기입원 환자 현황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장기입원 중인 환자 중 20년 넘도록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환자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면담 심사에서 그들은 입원이 그토록 장기화되어 이제...
바야흐로 ‘스토리 사회’라고 한다. 입시시장이나 취업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말을 강조한다. 얼핏 스펙에 얽매여 힘들어하던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크게 다르다. 입시생들은 여전히 밤늦게까지 야자를 하고 학원에 치인다. 취업준비생들은 토익과 봉사활동과...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시작된 지 8년 만에 삼성은 보상을, ‘반올림’은 농성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여러 언론이 반올림의 변화를 촉구한다. “반올림, 자기 입장 고집하며 논의 가로막아”(조선), “보상에도 어깃장 놓는 반올림”(중앙), “8년째 반걸음도 못 나간 반올림”(동아), “반대 쳇바퀴 8년”(문화) 등등. 과...
시간강사법으로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강사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법 시행이 오히려 선택받지 못한 다수를 사실상 실직 상태로 몰아갈 듯하다. 법 시행의 번복과 법안 폐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와중에 우리 대학 전임교수들의 교내연구비가 대폭 축소된다는 소식...
헌법재판소는 2014년 1월28일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관해, 유기징역형이나 유기금고형의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에 대해서는 위헌을,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 이상의 형 집행 중에 있는 자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서는 국회가 2015년 12월31일까지 위 조항을 개정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