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자유 없는 국가로 지적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정의에의 요구는 이들 국가의 자유를 필요로 한다"고 말해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단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워 북한체제를 또다시 부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이날 발언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자 하루만에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으며 언론을 통해 일제히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부시 대통령이 2003년 국정연설에서 "무법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이 주민을 통치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북한 외무성은 하루만에 '노골적인 침략선언'이라고 반발하면서 대통령을 "흑백을 전도하는 파렴치한 사기한"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북한 인권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핵문제를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았고 위폐문제 등 불법행위도 언급하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 점으로 미뤄 북한으로서도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최근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는 6자회담 재개 논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위에 대한 훼손이나 금융제재 등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엄포성' 발언에 그쳐왔다.
또한 2004년 1월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가장 위험한 정권'이라고 지적했지만 북한은 제2차 6자회담 개최를 앞둔 점을 의식한 듯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폭정의 종식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만큼 북한은 앞으로 중국과 협력에 더욱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핵, 인권, 위폐 등 각종 사안을 내세워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록 외교.경제적 후견인인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전체적인 외교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크게 자극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원론적인 비난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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