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후보자
부드러운 성품에 내공 갖춘 '강단의 정치인'
여성.환경장관 행정경험..지역구서 재선성공
옥중남편과 13년간 `깨알같은' 서신교환 순애보
여성.환경장관 행정경험..지역구서 재선성공
옥중남편과 13년간 `깨알같은' 서신교환 순애보
결혼 6개월만에 남편을 감옥으로 빼앗겼던 운동권 새댁이 40년후 첫 여성총리 등극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총리로 지명한 열린우리당 한명숙 지명자는 재야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차례 장관직을 지낸 재선의원이다.
한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 기록된다.
한 지명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총리지명에 대해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줄뿐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더불어 사회의 책임을 지는 축을 담당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며 "딸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양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월남한 한 지명자는 1963년 이화여대 불문과에 입학할 당시에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는 작가가 되고픈 문학소녀'였다.
그러나 대학 3학년때 이화여대와 서울대의 기독교 학생연합 단체 `경제복지회'에서 만난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하면서 한 지명자의 인생은 급변한다. 남편인 박 교수가 결혼 6개월여만인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것.
한 지명자는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남편이 출감할 때까지 13년간 교도소 규정대로 일주일에 한번씩 봉함엽서 한 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편지를 보냈고, 한달에 한번씩 면회를 갔다.
한 지명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린 편지만으로도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철학까지 공유할 수 있었다"며 "나는 남편의 편지를 먹고 사는 새댁이었고, 점점 더 강하고 맹렬한 투사가 돼 갔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이화여대 사감이었던 한 지명자는 1970년 학생들의 시위를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크리스챤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70년대 초반 한국 사회구조의 병폐를 `양극화'로 진단한 강원용 목사가 주도한 단체였다. 한 지명자는 소외여성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여성사회간사로 활동했지만, 1979년 다른 간사들과 함께 체제 비판적인 각종 이념서적을 학습하고 반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에는 한 지명자뿐 아니라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이우재 전 의원, 김세균 서울대 교수도 연루됐었다. 2년간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한 지명자는 진보적 여성운동의 조직화를 목표로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1987년에는 전국 20여개 여성단체를 한데 묶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한 지명자에 대해 "부드러운 성품이면서도 내공이 있어 웬만큼 힘든 것은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총리로서의 업무수행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도 한 지명자가 걸어온 길을 감안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 지명자는 한국여성단체 연합을 통해 가족법,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 등 여성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1993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여성운동의 대모자리를 굳힌 한 지명자는 지난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비례대표로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에는 여성부 초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한 지명자는 여성근로자의 출산휴가기간을 30일 연장하고, 출산휴가 급여를 신설하는 내용의 모성보호법 개정의 산파역을 맡아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한 지명자는 17대 총선 직전 장관직을 사퇴한 뒤 우리당에 입당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지역구(고양 일산갑)에서 한나라당의 거물 정치인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한 지명자는 17대 국회에 등원한 직후 총리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참여정부 국정 2기를 이끌고 나갈 `돌파력'이 새로운 총리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이해찬 전 총리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한 지명자는 4.2 전당대회에 출마해 실용주의를 주장한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발의하고, 과거사법에 대해서는 찬성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하는 등 재야성향을 곳곳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 양대계파를 이끄는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복지부장관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만큼 부드럽고 세밀한 리더십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기 색깔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남편 박성준(65) 교수와의 사이에 1남. ▲평양(62)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6대.17대 의원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화여대 사감이었던 한 지명자는 1970년 학생들의 시위를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크리스챤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70년대 초반 한국 사회구조의 병폐를 `양극화'로 진단한 강원용 목사가 주도한 단체였다. 한 지명자는 소외여성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여성사회간사로 활동했지만, 1979년 다른 간사들과 함께 체제 비판적인 각종 이념서적을 학습하고 반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에는 한 지명자뿐 아니라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이우재 전 의원, 김세균 서울대 교수도 연루됐었다. 2년간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한 지명자는 진보적 여성운동의 조직화를 목표로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1987년에는 전국 20여개 여성단체를 한데 묶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한 지명자에 대해 "부드러운 성품이면서도 내공이 있어 웬만큼 힘든 것은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총리로서의 업무수행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도 한 지명자가 걸어온 길을 감안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 지명자는 한국여성단체 연합을 통해 가족법,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 등 여성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1993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여성운동의 대모자리를 굳힌 한 지명자는 지난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비례대표로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에는 여성부 초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한 지명자는 여성근로자의 출산휴가기간을 30일 연장하고, 출산휴가 급여를 신설하는 내용의 모성보호법 개정의 산파역을 맡아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한 지명자는 17대 총선 직전 장관직을 사퇴한 뒤 우리당에 입당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지역구(고양 일산갑)에서 한나라당의 거물 정치인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한 지명자는 17대 국회에 등원한 직후 총리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참여정부 국정 2기를 이끌고 나갈 `돌파력'이 새로운 총리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이해찬 전 총리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한 지명자는 4.2 전당대회에 출마해 실용주의를 주장한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발의하고, 과거사법에 대해서는 찬성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하는 등 재야성향을 곳곳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 양대계파를 이끄는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복지부장관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만큼 부드럽고 세밀한 리더십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기 색깔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남편 박성준(65) 교수와의 사이에 1남. ▲평양(62)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6대.17대 의원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