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 아닌 외교로 취급은 착각”
통일부 폐지 북한에도 부정적 메시지
통일부 폐지 북한에도 부정적 메시지
39년여 분단국가의 통일 정책과 남북관계를 이끌어 온 통일부는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작은 정부 논리와 조직의 효율성을 앞세웠다. 그러나 왜 통일부가 폐지돼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렵다. 그보다는 한반도 대운하식의 밀어붙이기 논리가 선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빈곤한 역사의식과 현실의 왜곡 또한 확인된다. 이 당선인은 17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데, 한 부서가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졌다”며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경제협력이 적극적으로 되면, 모든 부서가 다 (남북관계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정부에서 확대될 남북간 교류를 대비하면서 통일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을 개편했다”고 통일부 폐지가 통일에 대비한 조처인 듯이 말했다.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은 “통일 정책이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했다.
통일·외교정책의 최종결정권자는 국가수반인 대통령이다. 국가안보회의나 외교안보관련 정책조정회의 등 다양한 협의·조정기구가 존재한다. 통일·외교·안보 문제가 특정 부처의 전유물인 적이 없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통일부는 폐지된 게 아니라, 통합돼 명칭이 바뀐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통일부는 부와 부 간의 대등한 통합이 아니다. 통일부가 외교부로 흡수된 것이다. 그냥 명칭이 바뀐 게 아니다. 통일부의 주요 업무 가운데 남북 경협, 탈북자 문제 등은 지식경제부, 지자체 등으로 넘어간다. 통일부의 해체 또는 공중분해다. 폐지와 다를 바 없다. 신설 부서 외교통일부의 장관은 사실상 외교부 장관이다.
인수위는 이런 결정을 하면서 공청회 개최는 물론이고 어떤 고뇌의 흔적도 보여주지 않았다. 벌써부터 외교와 통일의 조직 논리 간 혼란과 대북 협상의 혼선, 남북관계의 장기 공백 등 우려의 소리가 높다.
우선 대북 정책의 측면에서 통일부 폐지는 독자적인 대북 정책이 없음을 반증한다. 한―미 동맹 중시, 그리고 선 핵폐기 후 개혁개방을 위한 대북 지원(비핵·개방3000), 북한 인권 중시의 자세, 등등 그동안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 기조와 통일부 폐지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 그런 기조에 맞춰 아예 북한 문제를 외교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화협 상임의장은 “북한 문제는 북핵 문제보다 더 포괄적인 것이다. 북핵 문제는 그 일부일 뿐이다. 북한 문제를 외교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라고 비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도 “외교는 주권국가와의 관계다. 영구분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에도 부정적 메시지를 줄 것이다. 혼선은 회담창구 문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한은 우선 남쪽의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가라며 당혹스러울 것이다. 북한에선 통일전선부, 이른바 정보공작기구의 수장이 대남 정책을 총괄한다. 공식 회담에선 내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등의 모자를 쓰고 나온다. 우리는 그에 맞춰 통일부와 국정원이 대응해 왔다. 이제 외교부 장관이 남북 회담에 나서는 꼴이다. 북한은 앞으로 모든 문제는 워싱턴과 얘기하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외교부의 통일부 흡수는 조직 운영의 측면에서도 혼란이 예상된다. 문 교수는 기존 외교통상부의 역량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교와 통일은 조정의 대상이지 강제 통합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왕에도 외교부 안팎에선 북핵 문제로 쏠려 글로벌 외교는커녕 다른 분야는 손도 못 쓴다는 자성이 있었다. 문 교수는 “외교에도 남북관계에도 모두 다 부정적인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이 정부의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