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18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탑의 꺼진 촛불에 불을 옮겨붙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촛불현장 목소리
지방 일자리 더 줄어들 것
지방정부·주민들,
혁신도시 후퇴 대응책 부심

6·10 민주항쟁 21돌인 지난 10일 오후 경남 마산시 창동 네거리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100만 촛불대회’를 열고 있다. 마산/연합뉴스
지난 10일 ‘보수의 텃밭’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6·10항쟁 이후 최대 인파인 6천여명이 모였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등 지방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까지 전국 100곳이 넘는 지역에서 촛불이 켜졌다. 지역의 촛불 현장에서는 “지방은 이명박 정부의 안중에 없다”는 불만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16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만난 굴삭기 기사 윤창옥(51·달서구 상인동)씨는 “이 정권 아래서는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 살게 된다”며 “서민들 중에서도 지방 사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을 든 대학생 김아무개(26·계명대 한국어문학과)씨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서 그나마 지방에 있던 기업들까지 다 서울로 옮겨가면 지방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 지방 대학생들에게 공무원 시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상황을 보러 나왔다는 대구시 공무원 이아무개씨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뒤집는데 검토와 평가를 거쳤는지 의문”이라며 “무조건 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행정도시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흔들리는 데 대한 우려가 많았다. 주부 홍은주(40)씨는 “집에서 설거지를 해도 닦던 그릇 닦고 그 다음에 다른 그릇 닦는데, 균형발전 사업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대운하같은 대형공사를 새로 벌이겠다는 게 합리적인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 권성환(49)씨는 “행정도시는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전국 균형발전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심인데, 이를 반대하고 수도권을 강화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현 정부의 브레인들이어서 걱정된다”고 했다.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나 광주·전남 혁신도시 등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지역 정책에 소극적인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권 초기 한번 지켜보자던 기대감이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호남 쪽에서는 부동산 때문에 수도권 사람들이 뽑은 대통령이니 수도권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전남대 조정관(정치학) 교수는 “호남 출신이 몇명 장관이 되느냐보다는 지방 주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광주에 와서 지역 관련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않는 것을 보고 지역에 대한 관심도 비전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박영률 정대하 송인걸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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