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포항건설노조원들이 농성중인 포스코 본사로 진입한 경찰이 노동자들이 1층 로비에 쌓아두었던 식수 등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15일로 3일째 계속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포항본사 점거농성이 경찰의 식량투입차단 전술로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고대 공성전에서 원정군이 성을 포위, 보급선을 끊어 성안의 적군이 스스로 성문을 열게 하듯 경찰이 농성노동자들의 식량투입을 차단한 것이다.
노조는 15일 오전,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도시락 3200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현재 포스코 본사안에는 노조쪽이 뒤늦게 준비한 식수및 컵라면 등 1~2일치의 비상식량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관계자는 농성이 계획적으로 준비된 게 아니라 경찰과 포스코 쪽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터져나와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아무런 결과도 없이 농성을 풀 수 없다며 기세를 올려도 경찰의 식량투입 차단이 계속될 경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새벽 경찰 69개 중대 7000여명을 투입, 진압에 나섰지만 3000여명의 조합원이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킨채 계단을 의자로 막고 4층 위로 올라가 농성을 벌이자 인명피해를 우려해 강제해산을 보류했다. 결국 농성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노동자들의 준비부족을 노려 보급선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계자는 모든 통로를 농성노동자들이 막아 식량전달을 하고 싶어도 길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농성노동자들은 비상 가동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1기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며 일축했다.
노조쪽은 계속 경찰이 계속 비인도적으로 식량공급을 차단하면 밖에 있는 17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극단적인 투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ꡓ고 경고했다.
건설노조는 16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형산강 둔치에서 포항건설노조및 전남동부와 울산플랜트 건설노조 등 전국에서 온 노조원들이 모인 가운데 포항건설노조의 농성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15일 한때 창문을 열 수 없는 본사 빌딩 내 에어컨과 환풍기 작동이 일부 중단돼 폭염 속 실내온도가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께 고혈압 증세를 보이던 노조원이 실려나왔고, 농성장 내부에도 10여 명의 노동자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포스코 쪽은 에어컨 등의 작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노조쪽은 노조원들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강력히 항의하자 이날 4시10분께부터 환풍기와 에어컨이 재가동되고 있다며 반박했다.
포항/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