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죽는다더니 요즘 내 꼴이 꼭 그 형국이다. 소한이 지났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하다. 그 기세에 눌려 죽은 듯 방콕(!)하고 지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모처럼 날씨가 좀 풀려 두툼한 잠바를 걸치고 마을을 벗어나 논밭뙈기 사이로 난 농로로 걸음을 떼어놓는다. 사실 나는 지난해 봄부터 늦...
지난해 끝자락, 예비 고3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마친 날, 오후부터 산중에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붉은 동백 한 송이 곁에 두고 그 무위의 군무를 바라보며 홀로 자연의 신묘한 경지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한 가족이 예고 없이 불쑥 암자를 방문했다. 서른 해 가까이 인연이 있는 불자다. 대흥사 녹아차를 ...
조카가 네다섯살 때쯤의 일이다. 만나면 “왜 왔냐”고 싫은 티를 확 내고, “집에 가라”로 타박을 주고, 주변 사람들한테 “고모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둘도 없는 ‘조환녀’(조카 환장녀)인 내겐 충격이었다. “고모가 왜 싫어?”라고 애타게 물어도 눈길을 피하던 조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툭 던지듯...
천도교를 빼놓고 한국 근대사를 말할 수는 없다. 1860년 수운 최제우가 창교한 천도교는 3대 교주 의암 손병희가 1905년 천도교로 개명하기 전까지 동학이었다. 동학교도들은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명에 의해 1894년 외세와 봉건에 맞선 동학농민혁명으로 근대의 첫새벽을 열었다. 이어 3대 교주 의암 손병희의 주도로...
기독교인들이 한번은 가보길 소망하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은 성지의 평화보다는 38선 못지않은 긴장감이 넘친다. 2천년 전 로마에 나라를 잃고 떠난 유대인들이 1948년 돌아와 이스라엘을 세우면서 이 땅은 성스럽기보다는 성난 땅이 됐다. 1500여년간 이곳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궁지에 몰린 끝에 분...
불교계가 는 5월 서울 광화문에서 세계적인 불교지도자들과 북쪽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세계 평화와 국민화합을 위한’ 대규모 군중 법회로 열어 ‘불교통일선언’을 발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4일 서울 견지동 총무원청사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열어 “광복 70돌을 맞아 국가 차원의 ...
화는 자기 욕심대로 안 되기에 일어나는 불같은 마음입니다. 이 불같은 화는 자신도 태우고 남도 태워 버립니다. 불교에선 탐진치(貪嗔痴)를 파멸과 불행으로 이끄는 독으로 봅니다. 진(성냄)을 탐(탐욕), 치(어리석음)와 함께 가장 경계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진심(嗔心)은 작게는 짜증에서부터 미움, 원망, 분...
처음엔 얼음폭풍인지 몰랐다. 2002년 겨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큰눈이 내렸다. 도서관에서 기말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유학 초년생이었던 나는, 처음엔 고딕 건물을 배경으로 홀연히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마냥 겨울 정취에 도취되었다. 그러나 낭만은 곧 재앙으로 바뀌었다. 눈은 지면에 닿자마자 얼...
법륜 스님은 분신하는 손오공 같다. 책을 통해, 팟캐스트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법륜 스님이 최근 펴낸 <지금 여기 깨어있기>(정토출판 펴냄)는 수행 수도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정토회가 자체 출판했는데도 출간 즉시 온라인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법륜 스님...
종교지도자들이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고통 받는 이웃을 돌보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메시지들을 내놓았다. 가톨릭 염수정 추기경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을 따라서 우리 주변의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주고, 또 그들을 위해서 따뜻하게 위로하고 기도해주며 그들과 함께하는 한해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