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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통적 가족관의 변화

등록 2006-07-02 19:11수정 2006-07-03 14:46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③ 가정과 학교 2 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 기출문제
(가)의 논지를 근거로 하여 (나)와 (다)에 나타난 가족관의 차이를 밝히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4학년도 건국대 논술 고사)

(가) 가정 하면 우리는 자유·행복·사랑·프라이버시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가정은 우리가 편안히 먹고 입고 자는 곳이다. 바깥에서 지친 우리의 심신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곳이다. 가정에서 자녀는 사랑을 받으며 양육된다. 이런 가정은 보호되어야 할 불가침의 사생활 공간이다. 가정을 파괴하는 파렴치범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가족 구조를 비판하는 어떤 시도도 우리는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본다.(중략)

그러나 우리는 키워 주고 보살피는 관계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 자란 자녀에게 혹은 대화 상대가 아쉬운 배우자에게 키우고 보살피는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도리어 상대방을 구속하는 질곡이다. 남편들은 대화 상대를 원한다. 시중들어 주는 대신에 부양해야 하고 사사건건 사랑을 확인하려는 아내가 아니라 독립해 있고 자기 세계를 가지며 말 건네고 싶은 아내를 원한다. 성장할수록 자녀 역시 키움과 보살핌의 대상이기를 거부한다. 얼굴 맞댄 더할 수 없이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도 우리는 서로 대등한 타인이기를 필요로 한다. -이정원, ‘사랑, 결혼, 가족’, <삶과 철학>에서

(나) 옛날부터 여자의 행복이라고 생각된 그 길이 반드시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누구나 성적 매력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적령기의 여자들은 대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결혼만 하면 꿈꾸었던 인생이 손에 들어온다. 재클린 오나시스나 그레이스 왕비는 아직도 여성에겐 동경의 대상인 것 같다.

그러나 낡은 사고방식에 젖은 불쌍한 아가씨여! 그 재키조차도, 마흔여섯 살의 나이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산과 미모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재키는 <바이킹 프레스>의 편집자로서 예전과 같이 일의 세계로 복귀했다. (중략)

귀엽고 사랑스러운 전업주부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상상할 수 없을 만한 대저택에 살며 벤츠를 몇 대나 굴리는 생활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아내나 어머니 역할에 만족하며 멍청히 있다가는 벤츠와 함께 차고에 버려진다. 남편에게 지지 않을 만큼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은 버림받는 일이 적다. 버림을 받는다 해도 그 비극을 극복하는 강인함이 있다. -헬렌 브라운,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에서

(다) 내가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가족을 일구는 일이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우리 세대가 자식을 갖는 데서 느끼는 딜레마를 털어놓았다. 자식이 우리를 얽어맨다고, 자식을 낳으면 하고 싶지 않은 ‘어버이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말했다. 나도 약간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곧 죽을 처지인데 가족이 없다면 그 허전함을 과연 참아낼 수 있을지 생각했다. 선생님은 두 아들을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키워냈다. 그들은 아버지가 원한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아버지 생애의 마지막 몇 달을 함께 지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모리 선생님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너희 생활을 중지하지 말아라. 안 그러면 이 병이 나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세 사람 모두를 집어 삼켜버릴 거야.” 선생님은 아들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죽어가면서조차 자식들의 세계를 존중했다.

모리 선생님은 큰아들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곤 말하지 않네.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 없지요’라고만 간단하게 말해. 정말 그래. 그 경험을 대신할 만한 것은 없어. 친구랑도 그런 경험은 할 수 없지. 애인이랑도 할 수 없어.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 [유의 사항]
1.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2. 어문 규정과 원고지 사용 규칙을 따르되, 분량은 1,100~1,200자 이내로 한다.

논제 파악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 문제는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어. ‘첫째, 지문 (가)의 논지를 밝힐 것, 둘째, 이를 근거로 하여 (나)와 (다)에 나타난 가족관의 차이를 밝힐 것, 셋째, 가족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이 그것이야. 이 문제는 세 개의 지문을 제시하고 이들을 대비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출하도록 하고 있지. 따라서, 발문의 지시에 따라 지문을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야.

(가)는 앞 부분에서, 가정 및 가족의 의미를 분석하고 있어. 가정은 1차 단계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특히 자녀를 양육하고 보살피는 공간이지. 그리고 그러한 사랑의 공간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거야. 그러나 (가)의 뒷 부분에서, 자녀가 성장한 뒤에까지 그들을 양육하고 보호하는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가족관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곧, 자녀도 독립적인 존재인만큼 부모와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야.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야. 아내는 남편의 사랑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독립해서 자기 세계를 갖는 ‘대등한 타인’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야.

(나)에서는, 여성의 행복은 가정에서 남편과 자식을 통해서 실현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여성이 가사에만 묶여 있지 않고 가정 밖의 자기 일을 가질 때 자아 실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지. 여성은 가정에 얽매인 아내나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자립할 때 진정한 행복이 성취됨을 강조하고 있어. 이처럼 (나)는 전통적인 가족관이나 가족 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다)는 죽음을 앞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하여 가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자식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며,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대안이기도 하다는 거야. 그러나 아버지는 자식들을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들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주지. 이러한 모습을 통해 필자는 전통적인 가족관을 옹호하고 있어.

이렇게 세 지문은 각기 다른 입장이지. 우선, (가)는 ‘가정은 보호되어야 할 불가침의 사생활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 동의하면서도, 가족 모두는 자기 일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대등한 타인’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가족관의 변화를 역설하고 있어. 그리고 (나)와 (다)에서는 상이한 가족관의 차이가 대비되어 있는데,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여성의 자아 실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면서 ‘자기 일을 통한 독립’을 주장하고 있고, (다)는 가족이야말로 죽음이라는 절박한 상황도 극복하게 하는 힘임을 강조하면서, 서로 사랑은 하되 얽어매지만 않는다면 가족이란 여전히 소중하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저자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저자
이 문제는 가치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채점 기준이 있지 않으므로, 지문 분석을 통해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자기 견해를 논리적으로 개진하면 돼. 그런데 여기에서는 (나)의 입장에 근거하여 논의를 전개해 보기로 하겠어.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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