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2. 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문제Ⅰ.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문제Ⅱ. 네 개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입니다. 각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2005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 논술고사
(1)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 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 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양반 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2) 대부분의 국가는 서로 다른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어 인종 갈등을 겪어 왔다. 인종 차이는 국가 안에서 대규모 갈등을 일으키는 원천이 되어 때로는 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조화로운 인종 관계는 사회의 평화를 성취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제는 풀기 어려운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예로 들어보자. 1994년 소수 백인 정부는 아라파트헤이드(인종 차별) 정책을 끝내고 넬슨 만델라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도를 받던 흑인들에게 정치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흑인들은 부족 간의 정체성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ANC의 구성원들과 줄루 족 같은 다수 종족들 사이에서 갈등과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 신흥 종교 단체들이 출현하면서, 그들과 사회와 긴장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사회의 비주류로 존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류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들은 기존의 일 처리 방식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간주하거나 사악한 일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전통적인 권위에 이의를 제기한다.
주류 사회와 갈등을 유발하는 신흥 종교 단체로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있다. 신앙으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믿음이 논쟁의 핵심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추종자들은 그들 자녀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렸는데도 전통적인 의학 치료를 거부해 왔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부모의 ‘권리’와 사회의 ‘관심’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원칙들이 충돌하면서 원칙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4) 유사 이래 갈등이 존재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전쟁이라는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갈등은,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 집단을 겨냥한 조직화된 무장 폭력을 가리킨다. 그러나 전쟁은 진보된 문명 사회를 건설하는 데 부분적으로 기여했다. 거대한 국가가 탄생하기 전에 사람들은 작은 집단과 마을 단위로 생활하였다. 그런데 전쟁이 지역 집단 간의 자치의 장벽을 허물었으며, 작은 마을을 군장 사회라는 정치 집단으로 통합하게 하였다. 수세기 동안 전쟁을 통해 결국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다. 국가가 나타나면서, 작은 마을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회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예술과 과학, 경제와 기술, 그리고 산업 문명의 중심에 있는 모든 문화 분야에서 커다란 진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전쟁은 국가를 낳았다. 흥미롭게도, 국가가 발전하면서 분쟁 해결의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치명적인 갈등(가령 전쟁으로 인한 사망, 살인, 혹은 모반)이 줄어든 것이다.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I은 각각 110~140자, II는 총 700±50자가 되게 할 것
논제 파악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번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갈등’이야. 주제와 관련된 여러 유형의 제시문을 요약한 뒤, 제시문 간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인 갈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지. 시험은 요약에 관한 문제Ⅰ과 연관 관계의 규명과 주제에 관한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Ⅱ로 구성되어 있어. 문제Ⅰ은 네 개의 글을 110~140자로 요약하도록 하여, 수험생들의 독해 능력과 표현력을 묻고 있어. 문제Ⅱ는 제시문 간의 관계를 밝힌 뒤, 주제에 관한 수험생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여 종합력과 사고력을 묻고 있지. 네 개의 제시문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간단히 검토해 보자.
먼저 제시문 (1)은 조선 중기 이후의 지배적 정치 형태였던 붕당에 관해 기술하고 있어. “붕당 정치가 사화와 같은 폐해를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라고 묻고 있지. 붕당 정치가 왕권의 전횡을 막고, 양반 계급 간에 희소한 가치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야.
제시문 (2)는 인종 갈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 서로 다른 인종들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국민적 정체성의 확보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지. 이 지문은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면을 보여 주고 있어.
제시문 (3)은 신흥 종교 집단과 같은 소수 집단의 가치관이 주류 사회와 다를 때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어.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유래된 신흥 종교 집단인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현대 의학의 진료 방법을 거부하는 사례를 들며, 상충되는 가치관과 원리에 의해 파생되는 갈등을 언급하고 있지.
끝으로 제시문 (4)는 갈등의 가장 극단적 유형인 전쟁에 대해 기술하면서, 전쟁의 긍정적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근대 사회 이전에 발생했던 전쟁은 국가를 만들어 냈으며, 국가는 사회 문화적 발전을 추동하고 사적 차원의 갈등을 규제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거야. 전쟁이 국가 형성을 통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감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이지. 전쟁이라는 극단적 형태의 갈등도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음을 보여 주고 있어.
이처럼 각각의 제시문은 붕당, 인종 갈등, 신흥 종교 집단의 갈등, 그리고 전쟁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공통된 주제가 ‘갈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공통된 주제에 관한 각기 다른 사례들에 대해 짧은 분량으로 요점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문제Ⅰ의 핵심이야.
한편 문제Ⅱ는 제시문들의 관계를 밝히고, 이에 기초하여 갈등이라는 주제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논술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라는 주제는 매우 보편적이므로, 논술 방식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정형화된 답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 따라서 갈등에 관한 일반적 논술이 아니라 제시문들의 연관 관계에 기초하여 논술을 써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해. 박용성/여수여고 교사·<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2) 대부분의 국가는 서로 다른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어 인종 갈등을 겪어 왔다. 인종 차이는 국가 안에서 대규모 갈등을 일으키는 원천이 되어 때로는 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조화로운 인종 관계는 사회의 평화를 성취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제는 풀기 어려운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예로 들어보자. 1994년 소수 백인 정부는 아라파트헤이드(인종 차별) 정책을 끝내고 넬슨 만델라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도를 받던 흑인들에게 정치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흑인들은 부족 간의 정체성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ANC의 구성원들과 줄루 족 같은 다수 종족들 사이에서 갈등과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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