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2부-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⑤ 제5영역 : 시민과 사회-2. 생각해 볼 주제들 [주제 1] 우리에게 시민 사회는 존재하는가 [대표 주제] 우리 사회에 ‘시민적 개인’은 존재하는가 [도움말] 해방된 지 어느덧 60년이 넘었어. 외형적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주 공화국’이 되었고 ‘황국 신민’이 ‘민주 시민’이 되었지만, 우리의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집단주의에 사로잡혀 건강한 ‘시민적 개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아직도 집단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개인보다 집단 그 자체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이러한 집단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한 시민적 개인은 태어날 수 없어. 집단주의는 도덕성의 원천을 개인의 내면에서 찾지 않고 외부와의 관계에서 찾지. 집단주의 도덕에는 칸트가 말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과 도덕적 자아가 존재할 수 없어.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성의 근원이 초자연적인 존재나 국가와 사회에 있다고 전제하고, 윤리적인 삶은 그것들에 충성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따라서 집단주의 아래서는 개인의 자율성과 윤리적 책임은 집단적 가치 속에 함몰되고 말아. 우리 전통 사회에서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가 실천 윤리의 가장 높은 덕목으로 자리잡은 것은 집단 윤리의 한 표현이야.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집단주의 윤리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어. 그 윤리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에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야.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가 직장이나 사회에서 활발하게 조직되고 운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 지연, 혈연, 학연을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는 공공의 영역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선거철만 되면 연을 찾는 모임이 활발하게 열려. 정치인에게 연고를 찾으면 표를 많이 모을 수 있다는 경험적 확증이 있기 때문이야. 이러한 집단주의는 집단의 논리가 사적인 영역에서 끝나지 않고 공적인 영역에까지 확장될 때 문제를 일으키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위 양식을 그대로 공적인 영역에도 적용하기 때문에 건전한 국가 공동체나 시민 공동체가 형성되지도 못하고 유지되지도 못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할 공공 기구나 제도가 집단주의의 논리에 끌려 다니는 거야. 공동선을 위해 이루어져야 할 공공의 의사 결정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왜곡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공 가치의 배분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불신을 받게 되지.
뿐만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적용하는 윤리 기준과 밖의 집단에 적용하는 윤리 기준을 이중으로 가지고 있어. 자기 집단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 행위 규범을 강조하는 사람도 자기와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조차 별로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저지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야. 집단주의에 근거한 연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건전한 개인주의가 성장할 수 없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는 다른 사람의 인격과 권리를 나의 인격과 권리 못지 않게 존중하는 개인주의의 이상은 결여된 채로 나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보호하려고 하는 ‘이기적’ 개인주의로 왜곡되고 말았어. [관련 주제 1] 민주주의와 엔지오(NGO)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관련 주제 2] 국적 포기에 대한 비난, 전적으로 옳기만 한 것인가 [주제 2] ‘다름’은 ‘틀림’인가 [대표 주제]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 과연 누구인가 [도움말] 우리의 왼손은 지금까지 오른손 지배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억압받아 왔지. 하지만 오른손 지배 문화는 단순히 신체의 통제만으로 한정지을 수는 없어. 인류의 문화사는 늘 질서 정연한 좌우 가르기의 이분법으로 어느 한쪽을 소수, 곧 마이너리티로 몰아붙이며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해 왔지. 그런데 이 마이너리티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어려워. 마이너리티라는 메이저리티라는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지. 이 때 말하는 마이너리티는 단순히 수적으로 소수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야. 가령, 미국 사회에서 인구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흑인에게 마이너리티 문제가 제기되지만 3퍼센트도 되지 않는 유대인에게는 그러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아. 마이너리티와 메이저리티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는 ‘권력의 유무’야.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는 과연 누구일까. [관련 주제 1] 가치 척도가 시장 경제 원리로 일원화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련 주제 2] 유행에 따르는 것도 개성인가 [주제 3] 법은 과연 만능인가 [대표 주제] 도덕에 대해 법이 강제력을 행사해도 되는가 [도움말] 신약 성서의 누가 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인의 이야기를 알고 있지. 많은 국가들이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 조항을 채택하고 있는 현실은 현대인이 얼마나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반증하고 있어.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도덕에 대한 법의 강제력 행사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어. 지금까지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특정한 도덕의 영역을 법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에 많은 제약을 가해 왔지. 그러나 개인은 사회 질서가 최대한 유지될 때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도덕으로만 해결할 수 없을 때, 법이 나서서 부도덕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그렇다면 도덕의 자율 정신을 살리면서 도덕과 법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은 무엇일까. [관련 주제 1] 시민 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관련 주제 2] 사법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참심제나 배심제를 도입해야 하는가 [주제 4] 우리 사회의 언론, 무엇이 문제인가 [대표 주제] 알 권리가 개인의 인격권과 충돌을 일으킬 경우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 [도움말]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 입수할 수 있는 권리를 ‘알 권리’라 하지. 알 권리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초 원리인 ‘참여’의 전제 조건이라는 데에서 찾아져. 주권자로서 국민은 정치적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먼저 공개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해.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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