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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리산에 가면 반달곰 볼 수 있을까

등록 2006-11-05 20:57수정 2006-11-06 16:33

지난 2001년 방사된 뒤 지리산 반야봉 일대에 정착한 반달가슴곰 장군이. 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제공
 목면시배유지 전경.
지난 2001년 방사된 뒤 지리산 반야봉 일대에 정착한 반달가슴곰 장군이. 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제공 목면시배유지 전경.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 /

지난 2004년 러시아에서 수입된 반달곰 6마리가 지리산에 방사됐다. 이후 반달곰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먹이 먹는 장면, 나무에 새겨진 발톱 자국, 나뭇잎 사이에 가려진 배설물 등 반달곰의 생태 하나하나가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졌다.

“그럼 지리산에 가면 진짜 반달곰을 볼 수 있어?”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나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동물도감을 들췄다. 생각보다 반달곰의 종류가 많다. 승원, 랑림, 울카, 레타…. 반달곰이 사는 나라도 꽤 된다. 아쉬운 대로 책으로 호기심을 달래 보려 했지만,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 아침 지리산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라디오를 들으니 마침 단풍도 절정에 달했단다. 야호!

■ 천은사를 거쳐 노고단으로

지리산에 올라가는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천은사~노고단 코스를 택했다. 지리산 서쪽편에 위치한 천은사는 작고 조용한 절.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조용한 산행을 시작하기에는 적당하다. 경내를 둘러본 뒤 감로수로 목을 축였다. 사찰 옆에 소나무숲이 무성한데, 한 스님이 올해는 송이가 없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뭄 탓이라나.

노고단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하지만 포장이 돼 있어, 속도만 조절하면 크게 힘들지는 않다. 길 옆으로 죽죽 뻗어있는 나무들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하며 가면 지겹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국수나무, 너도밤나무, 때죽나무, 이팝나무, 참나무. 미리 도감에서 읽어온 내용을 들려주니 귀를 쫑긋 세워 들었다.


“옛날에 임금님이 울릉도에 밤나무 100그루를 하사했어. 그리고 관리인을 두어 잘 관리하도록 했지. 세월이 흘러 임금님이 다시 방문했는데, 밤나무가 99그루밖에 안되는 거야. 그래서 관리인은 밤나무와 비슷한 나무더러 ‘너도 밤나무 해라’ 그랬대. 그래서 이 나무가 너도밤나무야. 국수나무는…”

나무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노고단 주차장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울긋불긋 단풍이 온 산을 감싸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갑자기 이 나라에 사는 게 뿌듯해졌다.

노고단 정상을 향해 본격적인 행진. 우거진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그늘을 만든 길에 가족 단위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걸었다. 길 옆에 핀 이름 모를 야생 꽃엔 마지막 꿀을 따려는지 벌들이 왱왱거렸다. 해발 1천m가 넘는 고지인데도 잠자리떼들도 무리지어 날아다녔다.

“이건 이팝나무.” “이건 층층나무.” 아이가 나무 이름을 읊어댔다. 이제 저도 웬만큼 안단다. 칭찬을 해주려던 찰나 “엄마, 근데 반달곰은 어디 있어?”라며 나의 입에 두꺼운 빗장을 쳤다. ‘나도 반달곰 보고 싶어. 그런데 안보이는 걸 어떡하니.’ 속으로만 끙끙댔다.

■ 반달곰 대신 흔적만 보다

노고단대피소까지 올라오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잠시 앉아 쉬는데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이 보였다. 아이는 다짜고짜 다가가 “아저씨 반달곰 볼 수 없어요?” 하고 물었다. 하하 웃던 아저씨는 대피소 옆 ‘노고할매 탐방관’을 가리켰다.

들어가보니 작은 박물관처럼 생겼다. 반달 가슴곰 사진과 발톱 흔적, 이빨 자국 등이 새겨진 통나무가 놓여 있다. 반달곰 먹이를 만져보는 통에 손을 넣어보니 나뭇가지 등이 만져졌다. 진짜 반달곰은 여기에도 없었다. 실망하는 아이에게 “여기 봐 여기, 무슨 뼈가 있어. 혹시 반달곰 뼈 아닐까?”라고 했더니, 후다닥 뛰어온다. “진짜! 이거 반달곰 뼈네.”

뼈라도 봐서 기분이 나아졌는지 그 때부턴 차분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 사는 곰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첩을 들춰보니, 안경곰, 미국흑곰, 북극곰, 느림보곰, 팬더곰, 불곰 등 별별 곰이 다 있다.

내려오는 길에 반달곰 외에 지리산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흰넓적다리붉은쥐, 대륙밭쥐, 담비, 멧밭쥐, 등줄쥐, 두더쥐, 다람쥐, 청솔모, 족제비, 멧토끼, 노루, 고라니, 고슴도치, 노란목도리담비, 삵, 멧돼지 등.

집에 돌아와서 반달곰 책을 몇 권 샀다. <지리산 반달곰 이야기>(살림), <지리산으로 간 반달곰>(고요아침), <반달곰 들메>(하늘재)를 사줬더니 아이는 반달곰 논문이라도 쓸 것처럼 책에 빠져들었다.

■ 주변 볼거리 ■

피아골의 삼홍소(三紅沼): “산의 단풍이 붉고 그 붉은 산이 계곡물에 비쳐서 물도 붉고 그 물에 반사된 사람의 얼굴 또한 붉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

목면시배유지: 고려말 공민왕 때 문익점이 면화를 처음 재배한 곳. 전시관과 면화시배지, 작업동, 효자비, 사적비 등이 있다. 산청군 단성면 소재.

빨치산 토벌 전시관: 빨치산의 배경, 관련 사건, 빨치산의 생활, 한국전쟁 당시 사회상 등을 볼 수 있는 곳.

덕천 서원: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 산청군 시천면 소재.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연락처: 055-972-7771~2, 063-625-8911~2, 061-783-9100~1.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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