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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외고생이 서울대 합격할 확률

등록 2007-10-07 15:22수정 2007-10-07 15:25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작년에 위풍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어떤 모녀와 참으로 인상적인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딸은 강남지역의 모 중학교에서 전교일등을 도맡아 하는 재원이었다. 그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외고를 가도 좋을까요?” 마치 지원하기만 하면 바로 합격할 수 있다는 듯이. 내가 “서울대에 가지 못한다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듯이 “아주 실망스러울 거예요” 라고 답했다. 답은 간단했다. “외고 가지 마세요. 서울대 합격할 확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집니다.”

서울지역 6개 외고 졸업자 중에서 이른바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55%란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서울대 합격자로 한정하면 겨우 5~6%선이다. 이것은 연세대와 고려대가 외고생을 쓸어담기 위해 갖은 방법(학생부 비교과영역 활용, 내신 실질반영비율 낮추기, 각종 특별전형 실시 등)을 쓰고 있음을 보여줌과 아울러, 외고생이 서울대에 합격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왜 외고생은 서울대 합격하기가 어려울까. 일단 외고에 가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은 포기해야 한다. 거의 내신성적으로 결판나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특기자전형은 대체로 이과와 예체능 중심이며, 문과 정원은 1/4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과 합격자 가운데 외고 출신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3년간 계속 30% 정도로 정체돼 있다. 토플을 만점받는다 해도 가산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격’만 줄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성적상의 불리함을 논술·구술로 만회해야 하는데, 문과 논술·구술의 특성상 외고생이 경쟁 상대인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에 비해 우위를 보이기가 어렵다(반면 이과 논술·구술은 워낙 수학·과학 중심이어서 과학고생에게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올해도 7000명에 달하는 전국의 외고생 가운데 서울대 특기자전형에 합격 가능한 학생은 70명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대 정시전형 또한 녹록치 않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수능·내신·논술이 합산되었으므로 내신성적상의 불리함을 수능으로 극복하는 작전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수능은 1단계 통과기준으로만 활용되며 2단계에서는 내신·논술만이 합산 반영된다. 외고생에게는 특기자전형에서와 유사한 불리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학벌사회나 특목고 등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는 전혀 별도의 차원에서, 외고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넓게 공유되어야 하는 실용적 정보이다. 그럼에도 이런 정보를 얘기해주면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눈이 휘둥그래진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교육정보는 사교육업계에서 유포하는 게 대부분이고, 그만큼 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굴절돼 있기 때문이다.

글머리에 언급한 그 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말렸음에도 결국 대원외고에 진학했다. 왜? “저보다 못한 애들이 다 외고 원서를 쓰는 바람에 마음이 동해서요….” 한국교육, 이래저래 참 힘들다. 교육정보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식 뿐만 아니라 ‘마인드콘트롤’까지 요구하니 말이다.


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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