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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진로 확실해야 학업성취도 높아

등록 2008-01-13 14:51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거꾸로공부법 /

서울대 물리학과, 외교학과, 공업화학과. 가까운 지인들 가운데 대입시험을 다시 치러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던 사람들의 출신학과이다. 이들이 애초에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렇게 먼 길을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로적성교육’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대학졸업 이후, 대학원을 다니다가, 또는 심지어 졸업 이후 한참의 직장생활을 거친 다음에야 새로운 진로로 변경할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길을 다시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한의대에 가려는 학생들을 보면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거니, 한의사라는 직업이 좋은 거니?” 전자라면 두말 없이 한의대 가라고 한다. 후자라고 하면 다시 질문한다. “너희 집에 돈 많니?”, “혹시 부모나 가까운 친척 중에 한의사가 있어 한의원을 물려받을 가능성 있니?” ‘아니오’라는 답이 돌아오면 한의대 지원을 재고하기를 권한다. 한의사의 평균 수입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지만, 양극화가 워낙 극심하기 때문이다. 양의에 비해 대형병원 고용비율이 낮아 대부분 개업을 해야 하는데, 한의원이 포화상태여서 신규 개업으로 자리잡기가 극히 어렵다.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아토피, 비만, 성장, 학습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화를 시도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그리고 언젠가 한의시장이 부분적으로 개방되어 중의(中醫)가 우리나라에 진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흔히 ‘적성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대부분의 경우 ‘전공’과 ‘직업’이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학과를 나와서 금융업계에서 펀드투자를 결정하기도 하고 대기업의 전산실이나 IT업계로 가기도 하며 수학선생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더라도 향후 진로로 광고회사에 들어가는 것과 청소년상담을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다양한 직업과 산업의 세계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앞에 언급한 한의사의 현황과 전망을 고려하면서 한의대에 진학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공계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은, 월스트리트 최고 연봉자들이 수학을 전공한 금융공학 전문가이며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코스닥 신흥 부호들이 이공계 출신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미국 100대기업 CEO의 절반이 인문학 전공자이며 최근 게임업계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하려고 애쓰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물론 우리 대학의 인문학 교육이 이런 역량을 제대로 키워주느냐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이지만). 흔히 제조업이 사양산업인 줄로 착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제조업이 첨단화·지식기반산업화되는 것이지, 결코 사양길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다(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이 모두 제조업이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해볼 필요가 있다. 진로적성 컨설턴트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수적인 소득도 있다―상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미래 진로를 구체화시켜본 학생들은 학습태도와 성취도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미래상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목표가 구체화될 때, 학습동기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텍(곰TV) 이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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