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뻔한 싸움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의 입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비판론에 대한 대중의 반응, 특히 중산층 학부모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이렇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교육비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영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 싸움은 시작부터 이명박 정부의 승리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영어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사대주의에 빠져서, 혹은 영어에 미쳐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객관적 상황이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인구 4천여만명에 불과한 비좁은 내수시장, 그리고 이미 글로벌 경제에서 상당 수준으로 부상한 우리나라의 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런 여건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한국 사회의 진로를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있건 상관없이, 우리는 불가피하게 상당 기간 영어 구사 능력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차 필요로 하는 제1외국어가 중국어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현재는 영어다.
또 영어교육 강화론은 이명박 정부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거의 다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할 것을 약속했다.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한국 교육에서 적어도 영어 교육에서만은 돌파구를 만들어내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셈이다.
세부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는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아직 일본 티를 벗지 못한 문법 중심의 영어학습방법론을 혁신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영어수업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이다. 여타 과목까지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이른바 ‘몰입교육’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정책이었는데, 다행히 발표된 이후 반발이 확산되자 곧바로 취소됐다. 영어 전용 교사 임용을 위해 교원임용제도에 파격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교원단체는 반발하겠지만 그뿐일 것이다. 사범대를 나와야만 중ㆍ고등학교 교원이 될 수 있는 현 제도에 대해 이미 대중적인 회의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2013학년도부터 도입될 ‘영어인증평가’인데, 사교육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되는 ‘말하기’와 ‘쓰기’는 일단 2015학년도 이후로 미뤄졌다. ‘말하기’와 ‘쓰기’를 도입한다 해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처럼 합격ㆍ불합격 여부만 판정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발표되는 정책내용이 일부 오락가락한다는 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영어교육 강화론은 그 이면에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영어교육 논란에 과도하게 힘빼지 말고, 좀더 핵심적인 문제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요소는 자사고ㆍ특목고 증가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고교평준화가 해체되고 고등학교가 서열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텍(곰TV) 이사, EBS 강사
세부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영어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는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아직 일본 티를 벗지 못한 문법 중심의 영어학습방법론을 혁신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영어수업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이다. 여타 과목까지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이른바 ‘몰입교육’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정책이었는데, 다행히 발표된 이후 반발이 확산되자 곧바로 취소됐다. 영어 전용 교사 임용을 위해 교원임용제도에 파격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교원단체는 반발하겠지만 그뿐일 것이다. 사범대를 나와야만 중ㆍ고등학교 교원이 될 수 있는 현 제도에 대해 이미 대중적인 회의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2013학년도부터 도입될 ‘영어인증평가’인데, 사교육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되는 ‘말하기’와 ‘쓰기’는 일단 2015학년도 이후로 미뤄졌다. ‘말하기’와 ‘쓰기’를 도입한다 해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처럼 합격ㆍ불합격 여부만 판정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발표되는 정책내용이 일부 오락가락한다는 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영어교육 강화론은 그 이면에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영어교육 논란에 과도하게 힘빼지 말고, 좀더 핵심적인 문제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요소는 자사고ㆍ특목고 증가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고교평준화가 해체되고 고등학교가 서열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텍(곰TV) 이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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