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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굴절된 교육정보 감시할 언론도…

등록 2008-01-20 15:31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우리나라의 교육정보는 사교육업계에서 가공·유포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런 만큼 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굴절되어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논술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유표된 2005년부터, 관련 업체들이 별의별 교육상품과 학원프로그램에 ‘통합교과형 논술에 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광고하였다. 멋모르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곳이 언론인데, 언론은 논술 열풍을 표피적으로 보도하는 수준에서 단 한 발도 나가지 않았다.

교육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수능 등급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구동성으로 “전체 수험생 중 상위 4%인 1등급 숫자가 2만4천명쯤 되므로 상위권 변별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나는 수능이 변별력 요소로 활용된다면 등급제가 아닌 점수-등급 병행표기제(2005~2007학년도에 시행된)가 올바른 제도라고 보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같은 보도의 ‘한심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2005학년도부터 수능에 ‘총점’ 개념이 없어졌고 따라서 수험생들에게 주어지는 등급은 총점 등급이 아니라 ‘영역별’(과목별) 등급인데, 기자들이 이것도 고려하지 못한 채 기사를 쓴 것이다. 수능에서 국영수 동시 1등급은 1% 내외, 탐구과목까지 7개과목 동시 1등급은 0.1% 내외이므로 등급제로도 상당한 변별력이 있는 셈인데 말이다.

언론사의 이념적 편견이 개입된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수언론이 주도한 평준화 담론이다. 평준화란 ‘무시험 고교 배정’이라는 의미와 ‘교육과정·학제의 획일적 운영’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육선진국들은 모두 전자의 의미에서 평준화정책을 유지하면서 후자의 의미에서 유연성을 발휘한다. 즉 별도의 특별한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코스와 프로그램들을 이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후자의 평준화를 비판하면서 전자까지 도매금으로 넘김으로써, 마치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고등학교가 많아져야 교육선진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왔다. 결국 차기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정책으로 목표가 달성(?)될 참이다. (한편 ‘하향평준화’론에 대한 비판으로는 2007년 11월19일치 본란 “학력저하가 고교평준화 탓이라고?” 참조) 이른바 진보·개혁적 언론도 편견에 사로잡힌 보도행태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2004년에 발표된 ‘내신 위주 대입안’이 고1에게 첫 적용된 2005년, 엄청난 내신성적 스트레스를 받은 고1 학생들 가운데 자살 사건이 속출했고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내신은 개별 학교 안에서의 ‘갇힌’ 경쟁이기 때문에 체감되는 경쟁 강도가 수능보다 훨씬 높고, 한번 받은 내신성적은 낙인으로 작용하므로 초반에 낮은 성적을 기록한 학생들은 자퇴의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내신 위주 선발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처럼 정원의 일부에 적용되면 모를까, 정부의 원안처럼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청소년 인권단체의 관계자들은 “진보적 언론도 이 문제를 외면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증언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촛불시위를 하니까 전교조하고 시민단체 분들이 와서 이러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좋은 제도인데 그러냐, 애들이 제대로 알기만 하면 이전보다 훨씬 좋은 제도임을 알게 될 거다, 이러시면서….” 진보적 언론도 교육을 거시적인 사회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이범 그래텍(곰TV) 이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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