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강한 우울증, 환경 영향은

우울증 자가진단 결과 우울증 지수분포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38) 유전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가?

통계로 접근하기 / [난이도=중2~고1]

살아가다 보면 기분 좋은 일도 많지만, 슬프거나 우울한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받게 된다.

지난해 4월 인터파크도서에서 4308명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의 평균 우울지수가 46.2로 나타났다. 이는 극도로 우울한 상태를 100으로, 전혀 우울하지 않은 상태를 0으로 놓고 설문 응답을 점수로 집계한 결과다. 우울지수 46.2는 ‘가벼운 우울’ 상태와 ‘상당한 우울’ 상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응답자 가운데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극심한 우울 상태는 전체 응답자의 11.7%에 해당하는 506명으로 나타났고,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태가 전체의 26.7%(1150명), 가벼운 우울 상태가 41.1%(1772명)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우울증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우울증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이 발병할 가능성은 2~3배 높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쌍둥이 연구를 통해서도 우울증과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를 추론해 볼 수 있는데, 쌍둥이 가운데 1명이 우울증인 경우 다른 한 명에게서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란성 쌍둥이나 형제간에는 이 비율이 25% 정도지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우울증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과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데, 세로토닌 운반 유전자의 길이가 짧아진 경우 길이가 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보다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우울증에 잘 걸릴 수 있는 체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환경 요인에 따라 우울증은 발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심리학 교수 셸리 E. 테일러는 의학저널 <생물정신의학>에서 우울증과 환경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18명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세로토닌 운반 유전자의 특성과 우울증 발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유전적으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큰 경우에도 안정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용과 사랑, 의지 등 환경 요인이 유전적 위험요소를 상쇄하거나 극복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