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20. 다른 관점으로 삐딱하게 바라보기
21. 엉뚱하게 생각해보기(역발상)
22. 저자 뛰어넘기 “인간이 여든 살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 최근에 개봉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원래 마크 트웨인(1835~1901)이 던진 엉뚱한 이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원작자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1876~1940).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지는 삶이 마크 트웨인이 상상한 것처럼 과연 행복한지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이봉지 공주>(로버트 문치 지음)도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느 공주와 다르다. 지저분한 종이봉지 옷을 입은 채 용한테 잡혀간 왕자를 구하러 길을 떠나고, 결국 지혜를 써서 왕자를 구해낸다. 하지만 둘은 결혼하지 않는다. 오만불손한 왕자의 태도에 화가 난 공주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결말은 해피엔딩에 익숙한 독자들의 심기를 다소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에 갇힌 공주를 탈출시켜 주었다는 해방감을 맛보기도 한다. ‘종이봉지 공주’는 이렇듯 뒤집기와 엎어버리기 전략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남과 다른 ‘딴짓’을 한 덕분이다. 비슷한 시도를 한 책으로 <흑설 공주 이야기>가 있고, 영화 <슈렉>이 있다. 엉뚱한 발상은 엉뚱하게 읽으려는 노력에서 생성된다. 책을 읽으면서 의도적으로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 보거나 거꾸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아야 한다. 엉뚱한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만약에~ 이랬다면?”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만약에 소년과 소녀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해 보라. 또 <박씨부인전>에서 “만약에 박씨부인이 끝내 허물을 벗지 못했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홍길동이 만약 여자였다면? 또 시대나 이야기 장소가 바뀌었다면? 등 이런저런 엉뚱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한 농부는 태풍 피해를 입은 과수원 때문에 고민하다가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포장해 ‘태풍에도 견딘 사과, 수험생 필히 합격’이라는 글귀를 붙인 뒤 비싼 값에 팔았다고 한다. 엉뚱함은 때때로 위기를 역전의 기회로 바꾸어 놓는다.
임성미/<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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